지난달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사무처 관리팀으로 한 남학생이 쑥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현장을 확인한 관리팀 직원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좌변기와 상수도관을 연결하는 밸브와 손잡이가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 관리팀 관계자는 “‘좌변기가 막혔다’는 전화는 받아 봤어도 ‘변기 부품이 없어졌다’는 신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희대 내 건물 3곳에서 11개의 좌변기 부품이 사라졌다.
같은 날 경희대 인근의 한국외국어대와 광운대 서울과학기술대 관리팀에도 화장실 좌변기 부품이 사라졌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대학마다 10개 안팎의 변기 부품이 종적을 감췄다. 한국외국어대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모두 같은 날 도난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화장실 좌변기 밸브를 훔치는 도둑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이라 황당하다”며 혀를 찼다. 앞서 7일 중앙대에서도 변기 13개의 부품이 분실됐다.
‘수세밸브’로 불리는 화장실 좌변기 부품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졌다. 개당 구입비는 7만∼10만 원.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고물상 주인 이모 씨(48)는 “스테인리스강은 일반 고철보다 값이 비싸고 화장실 밸브는 kg당 3000원까지 쳐 준다”며 “훔친 좌변기 밸브는 비싼 가격에 팔려 다른 화장실에서 재사용될 개연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경희대 측은 다른 대학들도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최근 동대문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은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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