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국보 제21호) 기단(基壇) 안에서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금동불입상(金銅佛立像)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7일 삼층석탑 상층 기단을 해체하기 위해 내부에 있는 적심석(積心石·돌무지에 심처럼 박아 쌓은 돌)을 수습하다가 불상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탑신(塔身) 안에 모시는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부처의 사리와 이를 봉안하는 용기 및 기구)에서는 불상이 함께 나오기도 하지만 기단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발견된 불상은 높이 4.6cm에 대좌(臺座) 지름 2.3cm인 소형 입상. 둥그스름한 얼굴에 육계(머리 위 튀어나온 부분)가 우뚝하고, 등 뒤에 광배(光背·머리나 등 뒤 광명을 표현한 것)를 꽂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돌출돼 있다. 법의(法衣)는 양쪽 어깨를 모두 덮는 형식인 통견식(通肩式)이다. 아쉽게도 상호(相好·부처의 얼굴)와 양손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상당히 훼손됐으며, 도금은 거의 벗겨지고 흔적만 미세하게 남았다.
불상이 발견된 지 이틀밖에 되질 않아 향후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8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습 현장에 함께했던 문화재위원인 최성은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불상의 옷 주름 양식이나 대좌 조각 형식, 전체적인 신체 비례 등을 따져볼 때 8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며 “삼층석탑을 조성하던 742년(경덕왕 1년)에 함께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탑 기단에 불상을 넣은 이유는 뭘까. 신라 석탑들은 탑 밑 땅에 귀걸이나 팔찌 같은 유물이 묻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기단에서 불상이 나오는 사례는 드물다. 최 교수는 “불상은 건물 기단에 넣어두는 진단구(鎭壇具) 성격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진단구란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나쁜 기운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넣어두는 물건을 말한다.
석가탑은 2010년 석재 균열 등을 이유로 보수 복원이 결정된 뒤 지난해 9월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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