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꿈꾸던 병학이, 친구 구하려다 파도에 휩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0일 03시 00분


준형이도 급우 도우려다 참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병학이는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허우적거리는 친구를 살리려고 주저없이 검푸른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친구들을 구하고 실종된 공주대사범대부설고 2학년 이병학 군(17). 그는 하루 뒤인 19일 오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버지 이후식 씨(46)는 18일 오후 7시경 ‘무단이탈한 학생들이 실종됐다’는 학교 측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담임교사가 보낸 문자였다. 이 씨는 황급히 논산 집에서 태안까지 2시간을 운전해 갔다. 아들이 변을 당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단지 ‘사고를 쳤구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전혀 상황이 달랐다.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 아이들을 불러 당시 상황을 물었다. 한 아이가 “병학이가 키 작은 애를 구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파도에 휩쓸렸다. 그러고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훔치면서 전했다. 이 씨는 바닷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발을 동동 굴렀다.

“논산중학교에서 줄곧 전교 1등을 했었어요. 고등학교에서도 상위권이었고. 경찰대에 가서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며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어머니 박지원 씨는 “키 크고 얼굴도 뽀얗고 잘생긴 내 아들…. 엄마가 청소하면 자신이 하겠다고 팔을 걷는 효자”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같은 학년 이준형 군(17)도 친구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바다에 함께 들어갔던 한 학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준형이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서 나오다가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는 “준형이는 공부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는 쾌활한 학생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태안=김성모 기자 mo@donga.com
#공주대사범대부설고#해병대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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