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 전날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치여 숨을 거둔 박모 군(6)의 빈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구석에서 아버지 박모 씨(34)와 어머니 신모 씨(34)가 두 손을 꼭 잡고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가 너무 어려 빈소를 차리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휴대전화 속의 아들 사진을 어루만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군은 애교가 넘치는 막내아들이었다. “고마워요. 사랑해요”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형(8)이 하는 것은 뭐든 따라하려는 개구쟁이였다. 지난해 형이 다니기 시작한 태권도장에 보내 달라며 몇 달을 졸랐다. 부모는 아이가 어려 걱정이 됐지만 유치원과 300m 정도로 가까워 두 달 전부터 태권도장에 보냈다. 인솔교사가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관장이 손잡고 통학시키겠다고 약속해 믿었다. 신 씨는 “그 큰길에 아이 혼자 내리도록 하는 걸 알았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 군은 사고 일주일 전에 생일을 맞았다. 좋아하는 미역국을 먹고 아버지에게 무선자동차와 새 줄넘기를 선물 받고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 무렵 태권도 승급심사도 통과해 노란 띠를 맸다. 박 씨는 “이제 키 100cm인 아이가 무거운 승합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얼마나 무섭고 아팠겠느냐”며 흐느꼈다. 그는 “왜 지금껏 통학차량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법(세림이법)을 제정하지 않았느냐”며 한탄했다.
20일 박 군을 화장할 예정이지만 부모는 아들의 유골을 어디에 뿌릴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박 씨는 “나 자신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원통한 이번 사고를 금세 잊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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