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조의금 대신 쌀가마 받아 나눔 실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충남대병원 안재성 교수 부부… 조문객에 요청 쌀 400여 kg 받아
소외층 돕는 희망진료센터 기부

17일 대전 중구 대사동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특천실. 줄을 선 조문객들의 손에는 조의금 봉투 대신 20∼40kg짜리의 무거운 쌀가마가 들려 있었다.

빈소 양쪽에도 조문객이 가져온 쌀가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조화는 한두 개에 불과했다.

이곳 장례식의 상주는 충남대병원 정형외과 안재성 교수(48)와 부인 김주연 씨(카이스트클리닉 가정의학과). 온누리교회 목사인 안희진 씨의 부친이자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 교수의 장인이기도 한 안종태 씨가 별세한 것이다.

장례식장에 쌀가마가 등장한 것은 유족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조화 대신 쌀을 김 씨가 지원하는 대전 희망진료센터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유성구 보건소장을 지내기도 한 김 씨는 10년 전 대전 희망진료센터 초대 소장으로 활동하는 등 지금까지 노숙인과 소외 계층의 다양한 진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는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등 해외의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의료 소외 계층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장례식을 치르면서 모은 쌀은 모두 400여 kg. 안 교수 부부는 장례를 마친 뒤 21일 쌀을 전부 희망진료센터에 기증했다. 대전 희망진료센터 원용철 센터장(목사)은 “안 교수 부부가 기증한 쌀은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희망을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한 고인의 뜻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대병원#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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