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백두대간 관광열차 10만명 돌파… “지역경제도 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중부내륙지역 백두대간 협곡구간을 달리는 V-트레인이 20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있다. 최근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분천역의 상권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중부내륙지역 백두대간 협곡구간을 달리는 V-트레인이 20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있다. 최근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분천역의 상권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조용했던 산골 마을이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거릴 줄 전혀 몰랐습니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 앞에서 잡화상점을 하는 심재여 씨(73·여)는 “이제 기차 오는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희망처럼 들린다. 관광열차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심 씨는 최근 25년 만에 가게를 개조했다. 몇 달 전만 해도 하루 10명 안팎이던 손님이 지금은 300명이 넘는다. 낡은 지붕을 바꾸고 냉장고도 새로 장만했다. 33m²(10평) 남짓한 내부 공간은 카페처럼 꾸몄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게를 수리할 생각조차 못했다”며 좋아했다.

백두대간 관광열차가 중부내륙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역 주변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경북 강원 충북도와 산림청,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손잡고 산골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이 관광열차는 4월 개통 이후 누적 이용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경북도는 20일 분천역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코레일 경북본부(영주 소재)는 2017년까지 관광열차가 지나는 역 중심으로 198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와 1560억여 원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열차를 함께 탄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산업철도에 역사문화와 관광자원을 결합해 만든 창조열차가 경북 북부지역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분천역 주변에 토담집을 이용해 치유테마파크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순환열차(O-트레인)와 협곡열차(V-트레인)로 나눠 운행하는 백두대간 관광열차는 석탄과 목재를 실어 나르는 산업 철로 구간에 관광을 접목해 새롭게 바꾼 것이다. 순환열차는 서울역과 수원역에서 출발해 중앙·영동·태백선으로 이어진 중부내륙 순환구간(257.2km)을 하루 4회 운행한다. 가족석과 연인석, 어린이놀이터, 카페 등을 갖춘 열차 4대(205석)로 구성돼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협곡열차는 경북 북부지역의 분천∼양원∼승부역과 강원 태백시 철암역 구간(27.7km)을 하루 3회 시속 30km로 왕복한다. 3개 객차(158석)는 천장을 빼고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만들어 기암괴석과 협곡, 산골마을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지역 특성과 지명 유래 등을 알려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은 창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김진영 씨(39·여·경기 고양시)는 “시원한 계곡을 실컷 보며 여행을 하는 게 매력적”이라며 “두메산골과 소통하며 힐링(치유)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협곡열차 출발점인 분천역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늘어나 활기가 넘친다. 열차 개통 전 하루 평균 관광객이 1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60여 명으로 늘었다. 주말엔 1000명이 넘는다. 역 일대는 새로운 관광지로 변신 중이다. 5월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아 분천역과 체어마트역이 자매결연하면서 역 건물을 유럽풍으로 단장했다. 역 입구에는 체어마트역으로 엽서를 적어 보내는 기념공간도 만들었다. 인근 양원역까지 2.2km 트레킹(걷기) 코스도 생겼다. 협곡을 걸으며 계곡의 풍광과 시원한 산길을 만날 수 있다.

역에서 마을로 가는 길(약 150m)에는 먹거리 장터가 조성됐다. 산채 비빔밥과 막걸리, 메밀전병 같은 음식을 1만 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 지붕을 고치고 깨끗한 거리를 만들고 있다. 한 80대 주민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은 평생 처음 본다.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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