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은 손님에게 차(茶)를 대접할 때 반드시 자신이 먼저 차가 괜찮은지 맛을 보고 권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왕따’ 현상이 심각하지만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차 예절을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성도 순화될 것입니다.”
19일 오후 인천 연수구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인수당(仁修堂). 옛 사대부가의 여인들이 이웃과 친지를 초청해 차를 나눠 마시던 문화를 계승한 ‘규방다례(閨房茶禮)’를 가르치는 전용 강의실이다. 2007년부터 이 대학 교양학부에서 ‘차와 규방문화’를 강의해 온 최소연 명예교수(67·사진)가 쪽빛 한복을 차려 입고 기자를 맞았다. 한낮 수은주가 31도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그는 익숙한 솜씨로 녹차를 우려내 건넸다.
최 교수가 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9년 어머니 이귀례 씨(84)와 함께 ‘한국차인회’를 결성하면서부터. 이 씨는 인천시가 2002년 무형문화재(제11호)로 지정한 규방다례 예능보유자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성균관 유학당에서 다례법(茶禮法)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차 문화의 고전으로 통하는 다경(茶經)을 비롯해 다신전(茶神傳), 동다송(東茶頌) 등을 번역해 가며 공부했다.
1982년부터는 인천지역 여성들에게 차 예절에 대해 교육하기 시작했다. 공수법(절하기에 앞선 손가짐 자세)과 절하기, 차내기(차를 우려내 마시기까지의 과정)를 비롯해 한복 바로입기, 입·퇴장 예절, 응대법 등을 가르쳤다. 중고교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다례강습회도 무료로 열었다. 1995년 독일을 시작으로 미국과 인도, 중국 등 10여 개 국가에서 국제 차 문화 교류전을 열었다. 시는 최근 이런 공로를 인정해 그를 무형문화재 규방다례 예능 보유자로 선정했다. 어머니에 이어 2대째 규방다례 전도사가 된 것.
요즘 그는 고려시대 최고 문인으로 불렸던 이규보(1168∼1241)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고려왕조가 개성에서 강화도로 천도한 뒤 평생 강화에 살면서 차를 즐겨 마시며 차를 소재로 많은 시를 지은 그의 삶을 공부하고 있는 것. 그는 인천이 차의 도시라고 강조한다.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과 같이 차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인천은 차를 즐기는 도시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틈이 나는 대로 어머니가 2003년 사재를 털어 남동구 구월동에 세운 규방다례보존회 다도교육관에 나가 시민들에게 차 예절을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 일반 강좌(3개월 과정)는 격주 화요일 오후 1∼6시 열린다. 차문화예절지도사 자격증(1급)을 주는 전문강좌(1년 과정)는 매년 3, 9월 개강한다. 교육관에 붙어 있는 다기전시관에서는 자연과 동물 등을 소재로 만든 다기를 감상할 수 있다.
최 교수는 “6월 인천에서 처음으로 신명여고에 차 예절원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다도를 통한 생활예절을 가르치고 있다”며 “인천의 모든 학교에서 차 예절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032-468-3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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