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혁신학교 평가 말라” 발끈, 운영형태 논란에 위기감 느낀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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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5개등급 지표 마련 착수, 전교조 “교육철학 위배… 일정도 무리”

‘혁신학교 죽이기 졸속 종합평가 철회하라.’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안 공청회가 시작 전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10여 명이 피켓시위를 벌여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공청회 도중에는 진행자 측과 전교조 교사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들은 “(혁신학교가) 인근 전세금을 1억 원 올렸다. 이런 데가 어디 있는가. 위장전입까지 하는 학교다”라며 혁신학교의 장점을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지표 마련에 착수하자 전교조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교육청 의뢰를 받아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만든 지표는 교육경영,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교육성과 및 만족도 등을 평가한다. 정성평가, 현장중심 평가를 강화했다. 2012학년도 실적으로 67개 혁신학교 중 1년 이상 운영된 59개교를 평가할 예정이다.

전교조 측은 평가결과를 A(매우 우수)에서부터 E(매우 미흡)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누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소속 혁신학교 교사는 “혁신학교를 등급화하는 것은 요즘 평가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총점을 잘 받은 학교가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표를 혁신학교 설립 취지와 반대로 만들었다. 가장 혁신적이지 않은 학교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외압이 있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또 전교조 측은 진로활동 프로그램 종류, 교사학습 동아리 참여율 등 일부 정량평가를 두고 “혁신학교를 잘 모르는 사람이 지표를 만들었다. 의도적 혁신학교 끌어내리기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학교는 정량평가가 90%이나 혁신학교는 정성평가가 50%를 넘는다.

9월에 본격 평가를 시작한다는 점도 전교조가 ‘무리한 일정’이라며 반대하는 이유의 하나다. 2학기를 맞이하는 시기여서 바쁘기 때문에 평가를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년여 동안 혁신학교에 예산 240억 원을 투입했는데 평가를 하지 말라는 것이 잘못”이라며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혁신학교 평가에 전교조가 반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1일 시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 감사와 평가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혁신학교 교사들과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등 25명은 정책감사를 반대하는 서명용지를 민원실에 제출했다.

전교조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12일 혁신학교에 대한 시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하는 혁신학교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혁신학교의 운영행태가 논란이 되자 위기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혁신학교#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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