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사대부고 교정 합동분향소, 사라진 친구들 애도 메모 빼곡
“다시는 이런일 일어나지 않게” 빈소 앞 유족들은 눈물로 호소
“사랑한다. 준형아! 우릴 위해 뻗었던 따스한 두 손, 그 언제까지나 놓지 않을게.”
22일 충남 태안의 한 해수욕장에서 사설 해병대캠프 훈련 도중 숨진 공주대사범대부설고 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공주시 반죽동의 교정. 험한 갯골(거센 물살이 지나가는 바다 갯벌에 파인 깊은 골)과 거친 파도를 헤치고 살아 나왔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가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이준형 군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꽃다운 고교생 5명이 바다에서 어이없이 희생된 것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기에 그 아픔은 더 컸다. 인근 한일고 학생들은 ‘친구들아! 못다 핀 우리 꿈 하늘나라에서 활짝 피우자’라며 먼저 간 친구들을 애도했다.
공주대사대부고 교비 주변에는 국화와 포스트잇 메모지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동아리 대면식에서 고 진우석 군을 처음 만났다는 한 3학년 여학생은 “우석아!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공부 같은 거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적었다. 다른 학생은 “어른이 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뼈있는 글을 남겨놓기도 했다. 어른의 상술 때문에 상처 입은 청소년들의 마음이 느껴져 기자는 부끄러웠다. 한 시민은 “공주의 자랑이었던 사대부고 학생들이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울먹였다.
이번 사고로 숨진 학생들의 시신이 안치된 신관동 공주장례식장. 진우석 군의 이웃으로 조문을 왔다는 이광용 씨(57)는 화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교육계가 개혁해야 합니다. 어떻게 교관이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안 입힌 채 바다로 내모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나요. ‘바다에 들어가기 싫다’는 우석이를 왜 강제로 바닷물로 몰아넣었나요. 태안 바다가 위험하다는 지역 주민의 경고를 왜 외면한 건가요. 아이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이렇게 졸속으로 만들어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건 아닌지….”
이날 빈소에는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학생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유족의 부탁에 “유명을 달리한 학생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 ‘씨랜드’ 사고 등 어린 생명을 앗아간 각종 사건 때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 같아 아쉬웠다.
이 5명의 영결식은 24일 공주대사대부고 운동장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유족들은 고향이 각기 다른 학생 5명의 시신을 서로 외롭지 않도록 천안추모공원에 함께 안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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