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범현대家의 너무도 다른 2013년 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현대重, 노사 손잡고 19년째 무분규 행진
현대車, 사내하청 노조 문제로 폭력사태

범(汎)현대가의 ‘쌍두마차’이자 울산 이웃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여름을 판이하게 보내고 있다.

19일 현대중공업 노사는 19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협상을 끝내면서 손을 맞잡았다. 이튿날인 20일 현대차 울산공장은 사내하청 노조 문제로 인한 폭력 사태로 110여 명이 부상했다. 노동관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토록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으로 두 회사의 노동운동 역사와 자동차 및 조선업의 특성 등을 들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1987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나란히 출범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더 강성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거의 매년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 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1994년에도 60여 일간 파업을 단행했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무노동 무임금’의 실상을 체험한 조합원들은 이듬해 파업 반대서명에 동참했고, 회사는 화끈한 보상으로 화답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1994년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의 파업 자진 철회는 국내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효력을 발휘한 사실상의 첫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1998년 현대차 노조가 45일간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현대차 노조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달려왔다.

업종의 차이도 작용했다. 한 척의 배를 만드는 데는 보통 2, 3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조선소는 몇 달 파업을 해도 공기 단축을 통해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다. 또 선박 건조는 부위별로 나뉘어 이뤄져 일부 강성 노조원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자동차 생산라인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수의 노조원이 3000명 넘게 일하는 공장 전체를 세울 수 있다. 또 자동차의 선적 지연은 곧바로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급증한 해외 판매 물량을 맞추느라 노조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도 대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회사 노조의 엇갈린 행보는 민노총과의 거리가 빚어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노총에서 독립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실리주의’를 마음껏 표방할 수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지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 교수는 “금속노조는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조 각각에 대해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진 점이 노사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미국 유럽 남미 등의 생산라인들이 궤도에 올라서면서 국내에서 일정 정도 생산 차질이 빚어져도 만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현대차가 해외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은 일정 부분 노조가 자초한 결과”라며 “노조는 이제라도 회사와 ‘상생’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고 사측도 노조를 보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울산#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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