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 바람… 삼다에 무더위도 넣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제주 19년만에 최고 폭염-열대야
동굴-폭포 등 지역특색 살린 피서 인기 “야간 오름 산행도 더위 잊기 좋아”

지역 주민들이 여름 물맞이 장소로 애용하는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올레코스에 포함되면서 이색 피서지로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지역 주민들이 여름 물맞이 장소로 애용하는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올레코스에 포함되면서 이색 피서지로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중부지방은 장맛비가 이어졌지만 제주지역은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제주지역 평균기온은 28.2도로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1994년 28.4도 이래 가장 높다. 33도를 넘는 폭염은 6일이나 됐고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날도 17일에 이르렀다. 찌는 더위에 기진맥진하면서 제주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지역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탓에 시원한 용암동굴과 지하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풍혈(風穴)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하암반을 흐르다 솟구쳐 오르는 용천수는 시원하다 못해 한기를 느끼게 한다. 해양성 기후이기에 습도가 높은 바람이 불지만 한라산의 숲은 피서와 더불어 건강까지 챙겨준다.

○ 용천수에 냉기 가득

23일 오후 서귀포시 돈내코계곡.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등 난대성 상록수가 우거진 가운데 높이 5m의 자그마한 ‘원앙폭포’에서 끊임없이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물이 흐르는 하천이 드문 제주지역에서 사시사철 용천수가 흐르는 계곡이다. 발을 담갔다. 1분이 채 되지도 않아 냉기가 온몸에 전해졌다. 물장구를 치던 한 어린이는 어느새 입술이 파랗게 변해 몸을 떨었다. 관광객 최영문 씨(45·경기 고양시)는 “물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물에는 몇 번 들어가지 못했다”며 “물가에만 있어도 더위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천에서 직접 바다로 물이 떨어지는 서귀포시 정방폭포 동쪽 300m에는 높이 5m가량의 ‘소정방폭포’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물맞이 장소로 오랫동안 각광을 받은 곳으로 올레 6코스에 포함되면서 지금은 아주 유명해졌다.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고 비닐 옷을 입고 폭포수 아래에 서면 ‘두두두두’ 때리는 물줄기가 따가울 정도다. ‘천연 안마’를 받는 셈이다. 물맞이를 잠시 멈추고 바위에 앉으면 바다 위에 떠있는 무인도인 섶섬, 깎아지른 해안절벽 등 환상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 걸으면서 잊는 더위

제주의 용암동굴은 이미 천연 피서지로 널리 알려졌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만장굴, 쌍용굴, 미천굴 등은 여름철 필수 관광코스로 인기다. 동굴 내 온도가 15도 내외로 서늘하다. 동굴 외에도 제주에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풍혈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제주의 풍혈은 화산이 폭발할 당시 용암이 굳으면서 쪼개진 틈인 ‘숨골’을 통해 흘러나오는 신선한 바람이다. 세계자연유산의 대표 장소인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에서 풍혈을 마주할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로인 분화구 코스에 있기 때문에 1∼2시간을 걸어야 한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탐방로’(4.6km)는 걸으면서 더위를 잊기에 제격이다. 용암이 흐른 암반 위에 자연림이 형성된 곶자왈 속을 다니면 지하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발을 타고 올라온다. 탐방로 반환점인 큰지그리오름(해발 598m)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열대야에 지쳤다면 ‘야간 오름 산행’에 도전해 볼 만하다.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해발 247.8m)에 비치는 달빛에 드러나는 능선의 곡선미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분화구 모양이 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다랑쉬오름(월랑봉·해발 382m)의 빼어난 모습을 보다보면 더위는 저만큼 사라진다. 야간 오름 산행은 헤드랜턴 등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2인 이상 동행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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