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 치과의사 A 씨(48)는 2011년 3월경 70대 여성 환자의 턱관절을 수술했다.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질환을 치료하러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수술이 끝난 뒤 뇌출혈을 일으켜 두 차례나 수술을 더 받아야 했다. 알고 보니 수술 당시 수술 도구가 부러져 3cm 길이의 금속 파편이 환자의 뇌까지 밀려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결국 피해자는 뇌 손상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은 A 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 씨가 수술 당시 도구가 부러진 사실을 알면서도 파편을 찾아 제거하지 않았고, 신경외과 의사 등에게 자문을 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형인 금고 8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황승태 판사는 최근 A 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황 판사는 “수술 결과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A 씨에게도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결과만을 들어 A 씨 개인의 책임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A 씨에게 가혹한 일일 수 있다”고 판결문에 밝혔다. 황 판사는 “A 씨가 수술 중 도구가 파손돼 파편이 두개골 안까지 들어가리라고 쉽게 예상하기 어려워 사전에 완벽하게 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고령이라 수술시간을 넘겨 무리하게 파편을 제거할 경우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판결 직후 항소했다.
이 판결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령의 피해자보다 오히려 피고인을 더 걱정하는 듯한 표현으로 작성된 판결문의 양형이유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피해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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