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한 개 공정의 생산라인을 170분간 무단 정지시킨 노조 간부에게 1억362만여 원(분당 6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생산라인 무단 정지를 주도한 현대차 노조 간부에게 배상 책임을 물은 첫 판결이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진 노조 간부들의 생산라인 무단 정지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노사 협의 과정에서 취하해 왔지만 올해부턴 취하하지 않고 있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부장판사 성익경)는 24일 현대차가 전 노조 대의원 허모 씨(47)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허 씨는 1억362만7129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허 씨가 재판과정에 출석하거나 답변서를 보내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는 ‘자백 간주’로 판결했다.
허 씨는 울산3공장의 사업부 대표 대의원으로 있던 올해 3월 21일 3공장 34반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다음 날 오전 6시 50분부터 10분간 조합원을 상대로 현장설명회를 하겠다고 회사 측에 통보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라인을 정지한 상태에서 설명회를 한다는 노사 합의조항에 따른 것이어서 회사도 수락했다. 다음 날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설명회를 하던 중 ‘차량이동장치(TGV·조립할 차량을 이동시키는 장치)’가 자동으로 이동했다. 허 씨는 “현장 설명회 도중 회사가 라인을 가동시켰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 측이 “TGV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빈 공간으로 자동 이동하게 돼 있다”고 설득했고 다른 대의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허 씨는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170분간(10분은 휴식시간) 32라인을 무단 정지시켰다.
회사 측은 3월 25일 허 씨를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하고 다음 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간 동안 생산하지 못한 차량이 아반떼 30대와 i30 69대에 달하지만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면 차량 종류별 원가 등 비밀 자료가 공개되기 때문에 소송에서 제외했다. 그 대신 고정비 손실분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회사 측은 허 씨가 무단 정지시킨 3공장 의장라인에 투입된 총 고정비가 5038억7000여만 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가동시간과 시간당 생산대수(UPH)로 나누면 시간당 고정비가 3661만여 원이며, 허 씨가 라인을 무단 정지시킨 시간(170분·2.83시간)을 곱하면 1억362만7129원의 고정비 손실을 입혔다고 판시했다. 현대차는 올 5월 1일 생산라인을 무단 정지시킨 대의원 2명에 대해서도 총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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