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뇌성마비 듬직이의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넉달만에 첫 ‘뒤집기’ 본보 보도이후 롯데百 광주점 삼혜원 아이들 초청
마술-영화관람 “시간가는줄 몰랐어요”

25일 여수 삼혜원 어린이들이 광주 롯데백화점 9층 영화관에서 열린 마술공연을 찾았다. 마술사가 끊어진 줄을 잇는 마술을 선보이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5일 여수 삼혜원 어린이들이 광주 롯데백화점 9층 영화관에서 열린 마술공연을 찾았다. 마술사가 끊어진 줄을 잇는 마술을 선보이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어! 비둘기가 어떻게 모자에서 나왔지.”

25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인동 롯데백화점 광주점. 9층 영화관에서 마술공연을 보던 삼혜원 아이들은 연신 탄성을 질렀다. 카드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마술사 입에서 스카프가 끊임없이 나오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채영 군(10·초등학교 3년)은 “TV에서나 봤던 마술 묘기를 직접 보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거리 하나가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들을 더욱 들뜨게 한 건 3D 영화였다. 고릴라와 야구를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 고’가 상영되자 특수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백화점 측은 이날 오후 영화관(2관)을 통째로 빌려 삼혜원 아이들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꾸몄다.

전남 여수시 연등동에 자리한 삼혜원에는 서너 살 아이부터 스무 살 대학생까지 65명이 생활하고 있다. 부모가 이혼하거나 키울 형편이 안 돼 맡겨진 아이들이 머물고 있다.

본보 5월20일자 A12면
본보 5월20일자 A12면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삼혜원 아이들과 교사 65명을 초청한 것은 동아일보 보도가 계기가 됐다. 5월 20일자 A12면에 게재된 ‘뇌성마비 듬직이가 뒤집기를…삼혜원이 뒤집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듬직이와 삼혜원 아이들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3년 전 전남 나주의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태어난 듬직이는 20대 엄마가 친권을 포기하고 떠나자 2011년 삼혜원에 맡겨졌다. 팔다리가 굳어 걷지 못하고 말도 못 하는 뇌성마비 장애아인 듬직이를 삼혜원 식구들은 사랑으로 보살폈다. 듬직이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1월. 재활치료를 받은 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그해 11월부터는 팔꿈치로 기기 시작하더니 막대사탕을 손에 쥐여주면 스스로 빨아 먹고, 누워서 책장의 책을 끄집어낼 정도로 몸놀림이 좋아졌다. 3개월 전에는 발음이 부정확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엄∼마’라고 말을 해 식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모처럼 바깥나들이를 한 듬직이는 이날 유모차를 타고 다니며 형, 누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낯선 곳에 온 탓인지 표정이 굳었지만 금세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류민열 롯데백화점 광주지역장은 “듬직이를 보면서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 때론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백화점 9층 식당가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배불리 먹었다. 음식은 중식당 ‘천안문’을 운영하는 최세일 대표(44)가 무료로 대접했다. 최 대표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작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명숙 삼혜원 원장(55·여)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산다”며 고마워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롯데백화점#듬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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