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취업 사교육… 컨설팅 비용 400만원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 본보기자, 취업생 가장해 알아보니

“수강료는 200만 원이에요. 합격하면 200만 원 더 내고요. 합격한 뒤 벌 돈 생각하면 이 돈은 크지 않은 거죠.”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 6층. 사무실은 얼핏 보기에 작은 학원 같았다. 강의실은 고작 2개뿐이었다. 강의실 내부에는 작은 책상 12개와 6mm 카메라, 작은 스피커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취업 컨설팅업체 대표는 기자가 “은행 취업을 목표로 이곳을 찾아왔다”고 하자 금융권에 있는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장황하게 컨설팅 내용을 설명했다.

취업난이 만성화하면서 취업 사교육 업체의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한 달에 100만∼200만 원의 고액 수강료를 받는 취업 컨설팅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취직에 목을 매는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곳들을 찾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취업정보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여름방학 동안 취업 컨설팅을 받겠다는 대학생이 설문 대상자 251명 가운데 11.6%를 차지할 정도다.

본보는 취업준비생을 가장해 취업 컨설팅업체 5곳을 취재했다. 이들은 대부분 면접 지도 및 자기소개서 대필을 기본 과정으로 해 50여만 원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또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멘토링하는 비용으로 150만∼200만 원을 요구했다. 취업에 성공하면 별도의 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취재진은 한 컨설팅업체에 ‘서울 중상위권, 토익 800점, 학점 3.8’의 스펙으로 취업을 상담했다. 이 업체 대표는 “기본 코스는 55만 원이고 지속적인 컨설팅을 원하면 155만 원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제시한 스펙 외에 다른 특기가 없다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 또 다른 업체에선 “면접에 자주 떨어진다”고 하자 2시간에 20만 원을 받는 면접 교육을 제안했다. 강사가 유명인일 경우 비용은 훨씬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취업 관련 책을 낸 한 컨설턴트는 6시간 수강에 70만 원이 넘는 면접을 추천했다. 이 교육에 앞서 취업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면 1시간에 15만 원을 내야 한다.

사교육 시장에 몰린 학생들은 당장 불안감을 씻기 위해 컨설팅업체를 찾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취업 컨설팅업체에서 만난 황모 씨(24·여)는 “1년 동안 계속 서류전형 탈락을 반복했다. 컨설팅업체에 다니면 뭐라도 하고 있는 느낌이 드니까 마음이 편하지만 수강료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에 가까스로 취직한 이모 씨(27·여)는 “탈락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한 건 컨설팅회사의 사기 행각”이라고 말했다. 최종면접에서만 10번 넘게 떨어진 이 씨는 취업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강남에서 소문이 자자한 취업 컨설팅회사였다. 이 회사 대표는 “무조건 면접까지는 가게 한다”고 했지만 수강료 60만 원을 낸 뒤 컨설턴트의 태도는 완전히 돌변했다. 컨설팅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자기소개를 녹음하고선 “말이 어수룩하다”고 지적한 게 전부였다. 성의 없는 컨설팅에 화가 난 이 씨는 “1회 컨설팅 비용을 제외하고 환불해 달라”고 항의했다. 컨설턴트는 환불을 미루다가 고작 5만 원을 환불했다.

컨설팅을 의뢰한 구직자와 업체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졌을 경우 한국소비자원은 업체에 환불 및 보상을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불만족 사항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교육서비스 특성상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생활정보지인 ‘대학내일’의 신익태 소장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도 컨설팅을 의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증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   
신지후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 4학년

#취업 사교육#컨설팅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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