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30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허병익 전 국세청장 직무대행(59·전 국세청 차장·사진)에 대해 2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회장의 비자금 및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에 이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에 대해 금품 로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07년 부산지검이 뇌물수수 혐의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구속기소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6년 만이다.
CJ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새벽 허 전 차장을 체포해 이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시점과 경위, 대가관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전 차장은 국세청 요직인 본청 조사국장과 부산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을 거쳤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청장직 연임을 위한 ‘그림 로비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뒤인 2009년 1월부터 7월까지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퇴임 뒤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맡았다가 퇴임했다.
검찰은 CJ그룹이 이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신모 부사장(구속) 등을 통해 허 전 차장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건네진 돈은 달러화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전 차장이 CJ그룹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시기는 국세청장 직무대행이나 차장직에 오르기 전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07∼2008년 경찰과 검찰은 CJ그룹 전 재무2팀장인 이모 씨의 청부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4000억 원에 달하는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 명세를 입수했다. CJ그룹은 문제의 비자금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해명했고 국세청은 2008년 세무조사 없이 이 회장에게 1700억 원의 세금만 자진 납부 받은 뒤 검찰에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차명 증권계좌 등으로 관리해 온 4000억 원대의 비자금에 대해 국세청이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배경에 불법 금품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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