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지통]“여보, 자리바꿔” 면허취소 남편 단속 피하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경찰에 들켜 무면허운전혐의 입건… 아내도 ‘면허취소 해당 음주’ 들통

“어! 음주 단속하네;;;. 얼른 바꾸자.”

27일 아내와 북한산 공원 근처로 나들이 갔다가 술을 마신 뒤 차를 운전하고 집으로 가던 이모 씨(39)는 오후 5시경 10m 전방에서 음주운전을 단속 중인 경찰을 발견했다. 이 씨는 갑자기 뒷좌석으로 넘어가더니 아내 윤모 씨(35·여)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이 씨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음주 측정을 하다가 무면허운전자라는 게 발각되면 더 큰 처벌을 받을까봐 아내와 자리를 바꾼 것이다.

경찰은 이 씨가 아내와 자리를 바꾸는 걸 보고 있었다. 경찰은 운전석의 아내가 아닌 남편 이 씨에게 ‘입김을 불어보라’고 했다. 이 씨는 “왜 뒷좌석에 앉아있는 나에게 불라고 하느냐”며 거부했다. 몇 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경찰은 운전석의 아내 윤 씨에게 ‘입김을 불어보라’고 했고 혈중알코올농도 0.105%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제야 남편은 “내가 운전을 했다. 아내를 용서해 달라”며 음주 측정에 나섰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5% 미만으로 나왔다. 처벌 대상이 아닌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아내도 술을 먹었지만 면허가 취소될 정도로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 씨와 윤 씨를 각각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면서 “마신 양만 가지고 적발 가능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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