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깨 펴주는 말 “잘했어” “널 믿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친구끼리 속상한 말 “넌 너무 잘난 척해”
■ 학생-교사 등 1만1449명 설문

“10분쯤?”

정현지 씨(43·가정주부)에게 최근 일주일 동안 중학생인 딸과 하루 평균 대화한 시간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대화에 의욕이 없는 건 아니다. 힘들게 공부하고 돌아와 어깨가 축 처진 딸을 보면 기분을 풀어주고 싶다. 그런데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할지 모르겠다. 정 씨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딸 나이와 대화 시간이 반비례해요. 요즘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잔소리 취급을 하니 대화가 이어지질 않아요.”

정 씨는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일단 ‘칭찬하는 말’로 시작하면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인 ‘아주 사소한 고백’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만1449명에게 ‘듣기 좋았던 말, 싫었던 말’을 물어봤다.

온라인으로 2주가량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정말 잘했어. 기특하다” 같은 칭찬을 어머니로부터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이라고 꼽은 학생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넌 할 수 있어” 등 격려의 말이 16%, “우리 아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같은 사랑의 표현이 15%였다.

아버지로부터 듣기 좋았던 말 역시 1위는 칭찬으로 31%를 차지했다. 격려(25%), 사랑(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 씨는 딸에게 습관처럼 “공부 잘되니”라고 물어본다고 했다. 공부하라고 다그치려는 게 아니고 딱히 대화를 열기 쉽지 않아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공부 좀 해라”처럼 학업·성적에 관계된 말은 엄마에게 가장 듣기 싫었던 말 2위(23%)를 차지했다. 1위는 “쯧쯧, 한심하다” 등의 비난(37%), 3위는 비교(11%), 4위는 잔소리(10%)였다.

친구로부터 가장 듣기 싫었던 말로는 비난을 꼽은 학생이 36%로 가장 많았다. “넌 너무 잘난 척하는 것 같아”, “하는 일마다 마음에 안 들어” 같은 표현이다. 교사로부터는 비난 및 차별하는 말이 1위(32%), 학업·성적에 관계된 말이 2위(12%)였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장은 “부모가 아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처음 어떤 말로 풀어나가는지가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듣기 좋은 말로 시작해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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