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이 단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하는 이 단체의 운동 목표와 방식 모두 비판적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진중권 교수는 29일 "성재기 대표 나름 소신 있고 투철한 사람이었는데 안타깝네요. 너무 '여초(女超)'로 흘러가는 시민운동계의 균형을 맞춰줄 유일한 분이셨는데. 진중권님은 어떻게 보시나요"라는 한 트위터리안의 질문을 받았다.
진중권 교수는 이에 "남성연대의 목표와 방식 모두 비판적"이라고 답했다. 진중권 교수는 더 나아가 남성연대와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일부에 퍼진 '반여성' '반외국인' 정서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핵심을 뽑으면 "남성 대 남성의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난 이들이 문제의 근원을 보지 못하고, 그 원인을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돌려 박탈감에 대한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 하는 것"이라는 지적.
진중권 교수는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실존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계층"이라며 "그들을 구원하는 것은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그들과의 '연대'"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자신들을 그 처지로 밀어 넣어 사회적 박탈감을 주는 그 시스템, 즉 자국 남성 엘리트들의 헤게모니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그자들은 권력을 갖고 있는 무서운 자들이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래서 그 박탈감을 자신들 눈에 만만해 보이는 사회적 약자들, 즉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폭력적으로 해소하는 거다. 물론 그럴수록 그들이 그 처지에서 벗어날 기회는 더 멀어진다"고 썼다.
진중권 교수는 "'남성들도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 그 앞에 '일부'라는 말만 넣으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사회의 남성들은 적어도 여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강자"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남성'은 여성과 사회적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수긍했다. 이어진 글에서 진중권 교수는 "근데 그것은 그들의 능력 탓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사회구조에 의해 결정된 측면이 더 크다"면서 "가령 사회성원 모두가 천재라 하더라도, 실업률이 5%라면 능력에 관계없이 누군가는 실업자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구조적 문제다. 남성 대 남성의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난 이들이 문제의 근원을 보지 못하고, 그 원인을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돌려 박탈감에 대한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진중권 교수는 "문제의 허구적 해결이라고 할까? 그런다고 처지에 변화가 생길 리 없다"면서 "한 마디로, '남성 대 남성'의 경쟁구도를 '남성 대 여성'의 대립구도로 치환하는 논리적 오류"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는 "그들은 '남성'의 대표를 자칭하나, 실은 남성도 경제적, 정치적, 법적 권력을 '가진 남성'과 그걸 '못 가진 남성'으로 나뉜다"며 "이걸 직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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