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 보름만에… 고가도로 공사중 상판 추락 2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320t 철제구조물 7m높이서 떨어져 中동포 인부 3명 덮쳐… 1명은 중상
서울시 “들보 무게중심 쏠려 무너진듯”… 시공사 3년전에도 붕괴사고로 배상

또 人災? 30일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상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뒤집어졌다.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이후 보름 만에 발생한 사고로 서울시의 공사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또 人災? 30일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상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뒤집어졌다.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이후 보름 만에 발생한 사고로 서울시의 공사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상판이 뒤집어지면서 떨어져 인부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상자 3명은 모두 중국동포였다. 앞서 15일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때도 7명의 사망 근로자 중 3명이 중국동포였다. 중국동포 근로자들이 3D 업종에 몰리면서 산업재해를 당하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후 1시 4분경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올림픽대로∼치현터널) 건설현장에서 7m 높이의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가로 3m, 세로 47m, 무게 320t의 철제 상판이 가로 방향으로 갑자기 뒤집어지며 떨어졌다.

상판이 180도로 전복되면서 상판 위에 앉아 쉬고 있던 김경태 씨(60)와 최창희 씨(52), 허동길 씨(52)가 콘크리트 타설 장비와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타설 장비를 운전하던 기사 최 씨는 추락 후 철골과 장비에 몸이 심하게 부딪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허 씨는 상판에 몸이 낀 것으로 확인돼 5시간에 걸쳐 구조작업을 진행했으나 오후 6시경 하체 아래 부분을 심하게 다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구조대에 가장 먼저 구조된 김 씨는 머리 부분을 심하게 다쳤다.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상판이 갑자기 전복된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조성일 본부장은 “차량 하중을 견디기 위해 설치하는 스틸박스(Steel box), 즉 들보에 힘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는 바람에 구조물 자체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스틸박스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심(偏心) 현상’ 때문에 구조물이 옆으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편심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다방면에서 조사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타설 장비의 무게에 상판이 전복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설 장비는 무게가 14t가량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 이건화 형사과장은 “하중 계산을 잘못해서 발생한 일인지, 시설물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사는 2005년 10월부터 시작됐으며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공정은 83%였다. 당초 2008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공사설계가 13차례나 바뀌었고 편도 2차로에서 편도 3차로로 계획이 변경됐다. 올해 5월 끝내려 했으나 공기가 또다시 1년 이상 연장됐다. 총 사업비는 1098억 원으로 도급비는 6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발주했으며 금광기업과 흥륭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조 본부장은 “금광기업이 하청을 준 한백건설이 불법으로 재하청을 줬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사인 금광기업은 2010년 5월 발생한 광주 동구 금남지하상가 붕괴사고 책임을 지고 지난해 13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을 지켜본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측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근처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모 씨는 “장마철 비가 와도 사고가 난 현장의 인부들이 흙을 나르는 등 계속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 씨는 “이 시공사가 건너편 다리에서도 똑같이 상판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쪽 상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면서 시멘트 가루가 많이 떨어져 근처 주민들이 혹시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며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며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광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장마철에 무리해서 작업을 강행한 적이 없으며 이번에 무너진 곳도 이번 주 월요일부터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공사를 노량진 배수지 사고와 마찬가지로 책임감리제로 진행했다. 책임감리제란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가 감리 권한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연이은 사고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 경위 등을 빨리 파악해 모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과 4학년   
신지후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고가도로#공사#상판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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