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PC방서 게임하다 교도소 복귀 못해 광복절 특사 취소

7월 26일 오전 9시경 전남 목포교도소. 김모 씨(26)가 밝은 표정으로 철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지난해 6월 빈집털이범으로 검거돼 법원에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출소가 5개월 남았지만 ‘모범수’로 분류돼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있었다. 교도소 측은 김 씨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4박 5일간 휴가를 줬다.

김 씨는 목포 집에 들러 부모님께 인사를 하자마자 인근 PC방으로 달려갔다. 게임 마니아였던 그는 휴가 기간 동안 PC방에 틀어박혀 축구 등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 밤새 게임을 하고 아침에 귀가해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시 PC방으로 출근했다.

김 씨는 30일 오후 1시경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게임 영상이 맴돌았다. 결국 다시 PC방으로 가 7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 이날 오후 4시로 정해진 교도소 복귀시간을 넘겼다. 오후 10시 반 돈이 떨어지자 인근 원룸 6층의 한 방에 몰래 들어가 8만 원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교도소 복귀는 까맣게 잊은 채 이 돈으로 목포시 상동의 한 모텔에서 잠을 청했다. 이튿날 오전 10시경 김 씨는 다시 PC방으로 가려다 교도소의 요청으로 검거에 나선 경찰에 붙잡혀 교도소로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2003년부터 PC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빈집털이를 하다 3번이나 실형을 산 전력이 있었다. 이번에도 게임에 몰두하다 ‘못된 버릇’이 되살아난 거였다. 김 씨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다 보니 교도소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목포교도소 측은 김 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아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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