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런 명함의 전문직업인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 이모 씨(25)는 최근 한 신문에서 충북 보은국유림관리소에서 숲을 관리하는 권모 씨(55)의 기고문을 읽고 귀가 솔깃했다. 권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건강이 악화돼 귀농했다. 그리고 산림산업기사,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씨도 권 씨처럼 산림 관련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강원 양구국유림관리소 소속 김관중 씨(47)는 연 매출액이 6억 원에 이른다. 군 제대 후 고향인 양구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다 1998년 금융위기로 거리로 내몰렸다. 그러던 중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알게 됐고 2년 만에 산림, 조경, 임업종묘, 산림기능장 자격증을 땄다. 벌채된 나무를 수집하는 장비를 개발해 판매도 한다. 사람들은 그를 ‘성공한 임업인’이라 부른다.
○ 숲이 제공하는 행복한 일터
최근 숲과 관련된 일자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숲 가꾸기 사업을 위한 공공근로 인력은 물론이고 숲 해설사, 숲 치유사, 유아 숲 지도사, 수목원 관리사, 벌채·수집 전문가, 산림유전자원 수집·평가단 등…. 이제 숲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효자’로 자리 잡았다.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숲은 일자리 창출의 숨은 공로자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맞은 19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숲 가꾸기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조9811억 원이나 됐다. 이 기간에 249만3000ha의 숲이 조성됐고 고용인원은 5875만 명에 달했다. 올해도 이 분야에 1만3771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숲을 가꾸면서 투자 이상의 효과가 생긴 셈이다.
산림청 이상익 산림자원과장은 “국내 산림의 67%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40년생 이하 나무다. 이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숲 가꾸기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른 숲 경관 개선과 산불 예방, 원료 공급, 저소득층 일자리 제공 등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숲 일자리 이제는 전문직, ‘산림행정 3.0’도 주목
산림청은 최근 ‘산림행정 3.0’을 발표했다. 요지는 맞춤형 녹색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창조경제 기반을 조성하고 국민이 숲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신원섭 산림청장은 “한 가정의 가장이 잘되면 가족 전체가 화목해진다. 숲 역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산림 일자리를 만들어 행복을 줄 수 있다”며 “산림행정 3.0으로 이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5년간 7조7000억 원을 투입해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는 나무의사 등 수목진료 전문자격제의 법제화도 추진된다. 이에 따라 현재 25만5000개의 산림 분야 일자리는 29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의 주요 내용은 △산림 탄소 전문가, 수목원 전문가, 나무의사 등 고급 일자리 1200개 △청장년을 위한 장기 전문 일자리 2800개 △임산물 재배·가공·유통업 분야 일자리 1만3000개 △목재산업단지 조성 지원과 소비 운동으로 6000개 △벌채·수집 전문인력, 임업 기계 조작원, 산림유전자원 수집·평가단 등으로 4300개 등이다. 이 밖에 산림 치유와 교육 분야 전문가(산림 치유 및 유아 숲 지도사)의 활동 영역도 넓어져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 청장은 “산림은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성장 잠재력이 큰 자원인 만큼 질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며 “이를 위해 ‘산림산업 고용촉진 및 인력양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일자리 서비스 전담 조직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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