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9시경 인천 옹진군 덕적도 서포리 해변. 한낮 백사장을 뜨겁게 달구던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가운데 수령 200∼300년이 넘은 해송 600여 그루를 배경으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푸른 잔디가 깔린 해변에 설치된 플라스틱 의자에는 주민과 휴가철을 맞아 섬을 찾은 관광객 등 200여 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지난해 개봉돼 1320만 명이 본 한국 영화 ‘도둑들’. 이 행사는 인천영상위가 섬 지역 주민을 위해 벌이는 첫 문화사업인 ‘찾아가는 영화관’이었다. 이성림 덕적면장(53)은 “주민 1900여 명이 살고, 수도권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인천의 섬이지만 아직 문화시설이 한 곳도 없다”며 “이런 행사들이 자주 열려 부족하나마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달래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에는 옹진군 서해5도 등과 강화군 26개 섬에 8만6000여 명이 살고 있지만 이들 섬에는 극장이 없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영화를 보려면 여객선이나 승용차를 타고 1시간 이상 걸려 인천이나 경기 김포시 등으로 나와야 한다.
인천영상위는 섬 주민들의 문화 소외 현상에 주목하고 6월 한국영상자료원, 인천문화재단과 협약을 맺어 사업을 추진했다. 2010년 북한의 포격 도발로 피해를 입은 연평도에서 지난달 22일 찾아가는 영화관을 처음으로 운영했다. 주민 8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문을 연 현대식 대피시설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인천영상위는 11월까지 옹진군은 백령·대청면, 연평면, 덕적면, 자월면, 북도면 등 5개 권역으로, 강화군은 교동면, 서도면 등 2개 권역으로 나눠 모두 20곳이 넘는 섬을 3차례 이상 순회하며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다.
상영작은 주로 극장에서 막을 내리고 DVD로 출시된 지 6개월이 지난 한국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40여 편 가운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다. ‘검사와 여선생’, ‘미워도 다시 한번’ 등과 같은 1960, 70년대 고전영화도 있다.
이 밖에 인천영상위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극장이 사라진 인천 중구와 동구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신청하면 찾아가는 영화관을 운영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ifc.or.kr)를 참조하면 된다.
권칠인 인천영상위 운영위원장은 “영화 상영과 예술작품 전시회 등을 함께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영상위는 국내 영상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출범했다. 국내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회사 등에서 현지촬영(로케이션) 요청이 들어오면 인천시와 10개 구군의 협조를 받아 촬영장을 찾아주고 있다. 또 2007년부터 영화 상영 분량의 30% 이상을 인천에서 촬영할 경우 5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영상위에 접수된 로케이션 요청은 드라마와 영화 등 모두 90편이 넘는다. 032-435-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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