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에 달아오른 민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주민에 시장 선출권 부여… 기초의회 구성은 더 논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바뀐 행정체제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시·군(기초), 도(광역)의 행정체제는 특별자치도(광역)로 단일화되고 4개 기초자치단체는 2개 행정시(도지사가 시장 임명)로 개편됐다. 이후 ‘제왕적 도지사’라고 불릴 만큼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비판이 일자 제주도가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이하 행개위)를 구성해 최근 ‘행정시장 직선·기초의회 미구성’이라는 대안을 만들었다.

제주도는 이 대안을 놓고 12일부터 18일까지 제주지역 읍면동을 순회하며 도민설명회를 연다. 도민들의 여론을 직접 수렴해 행개위에서 제시한 대안을 수용할지를 최종 결정한다. 행정시장 직선제 수용을 결정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기초자치단체 완전 부활’을 요구하는 반면 제주도의회에서는 반응이 냉랭해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싼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 행정체제 개편 추진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지역주민들이 시장만이라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임명직 행정시장의 권한이 약해 생활민원처리 지연과 행정서비스 질 저하, 주민참여 제약 등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1년 각계 전문가로 구성한 행개위를 출범시켜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행개위는 용역과 논의 끝에 ‘시장직선·기초의회 미구성’, ‘시장직선·기초의회 구성(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2개안으로 압축했다. 논의과정에서 제주도의회가 제시한 ‘행정시 권한강화 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분석해 시장을 직선하되 기초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안을 최종 대안으로 선택했다. 고충석 위원장은 “직선제 행정시장은 보장된 임기 동안 여론수렴과 주민 불편 해소, 대민봉사, 소신행정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에 무게를 뒀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곧바로 시행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타당성도 최종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 험난한 여정

제주도는 행개위에서 권고한 최종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고 도민설명회를 먼저 열기로 했다. 최종안에 대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우근민 제주지사를 겨냥한 논평을 내고 “기초자치권 부활 약속을 지난 3년 동안 질질 끌다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주민투표,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려고 한다”며 “행정체제 개편을 도민과 의회에 떠넘기거나 회피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풀뿌리 자치권 부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시한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에 대해 “과거로 회귀하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형 자치단체 부활’을 그동안 강조했다”며 “시행착오를 고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별자치 정신을 계승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제주도의회 반응은 냉랭하다. 제주도는 정책협의회를 통해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의회 일부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 결론을 낸 상황에서 ‘책임 떠넘기기식’ 협의회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정책협의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의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도의회의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하고 있다. 도의회 관문을 넘더라도 ‘제주 특별자치법’ 개정을 위한 정부 설득과 국회 승인 등을 남겨놓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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