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영구임대 아파트 사는 세자매, 따돌림에 입닫아 경찰이 심리치료 주선
곰팡이 슨 집 찾아가 새단장도 도와
3월 21일 김세영(가명·13·중 2) 양은 광주지방경찰청 학교폭력신고전화 117에 “후배들이 놀리며 툭툭 건드린다”고 신고했다. 117로부터 연락을 받은 광주 북부경찰서 청소년계 최길식 경장(31)이 22일 김 양과 전화상담을 했다. 김 양은 이후 한 달간 최 경장에게 8차례나 전화를 먼저 걸어 학교 폭력 등에 대해 상담을 했다.
최 경장은 상담 과정에서 김 양이 2010년 간질로 교실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진 뒤 친구들로부터 ‘찐따(왕따를 의미)’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양은 친구나 후배들과 친해지려 애썼지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최 경장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상담으로 김 양의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양의 어머니는 10년 전 암으로 숨졌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다. 김 양과 언니(14·중 3)와 여동생(11·초 5) 등 세 자매는 대화할 사람이 없었다. 김 양과 언니는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아 사회성과 학업성적도 떨어지는 상태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최 경장은 5월 11일 김 양 자매를 이룸심리발달센터로 데려갔다. 최 경장 등 학교 전담 경찰관 6명이 번갈아 가며 김 양 자매를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까지 데려가 심리치료를 받게 한 뒤 집에 데려다 줬다. 심리치료를 한 지 한 달이 흘렀을 때 김 양 자매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김 양 자매는 “아버지가 술을 자주 마신다. 동생이 청소를 잘 안 한다”는 등 속내를 털어놨다.
최 경장 등은 최근 김 양의 집을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영구임대아파트 37m²(약 12평) 집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벽지·장판은 곰팡이가 피어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 학부모가 2일 도배와 장판 비용을 후원해 최근 집을 깔끔하게 단장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경찰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세 자매의 방이 깨끗이 변한 것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공창곤 북부서 청소년계장은 8일 “학교폭력을 파악하다 만난 김 양 자매에게 작은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세 자매의 튼튼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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