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이들이 국회의원 입법 활동 정보를 공유하고 감시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사이트 이름은 ‘포커(PoKr). ‘폴리틱스 인 코리아’(Politics in Korea)의 줄임말이다.
‘포커(pokr.kr)’에서는 초대 국회의원부터 19대까지 모든 의원의 개인 프로필과 법안 발의 경력을 조회할 수 있다. 의원 얼굴을 클릭하면 그동안 해당 의원이 발의한 모든 법안의 주요 내용(원문 보기도 가능)과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해당 의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페이스북, 트위터)에 연결해 특정 사안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쓸 수도 있다. 지도의 거주 지역을 클릭하면 ‘우리 동네 의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해당 정보들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알려주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연동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한글과 영문으로 볼 수 있는 이 사이트는 베타버전(정식 오픈 전에 오류 가능성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내놓은 버전)으로 6월 10일 처음 공개해 운용 중이며 정식 버전은 내년 2월 오픈 예정이다.
포커의 개발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사과정 박은정 씨(28·여), 이화여대 미디어디자인전공 석사과정 윤주희 씨(29·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인포메이션스쿨 석사과정 주은광 씨(29)다.
박 씨는 19대 총선 때 선거 공보물을 받아 보고 ‘내가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후보가 과연 몇이나 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고 한다. 박 씨는 동아리 활동 등을 같이했던 윤 씨, 주 씨와 함께 지난해 7월 이른바 ‘팀 포퐁(POPONG·Public Open POlitics engineeriNG)’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포퐁은 정치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공학기술이라는 뜻이다.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나온 결과물이 바로 포커다.
선진국은 시민단체나 연구조직이 주도하는 의정 모니터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대부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연결시켜 보여주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포커는 역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 정보를 보다 손쉽게 얻고 SNS와 연계해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가능하게 만든 게 특징이다.
박 씨는 “작은 시작이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 시민들이 어떤 것들을 원하는지 국회의원들에게 좀 더 잘 들려줄 수 있는 다리를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2월 내놓을 정식 버전에서는 각 의원과 법안에 대한 가상 찬반 투표, 페이스북의 ‘좋아요’ 누르기처럼 사이트에 ‘관심 법안’이나 ‘관심 의원’ 누르기를 설정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각종 그래픽을 보강해 법안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포커가 공개된 뒤 누리꾼들의 응원 댓글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사이트 업그레이드 비용 기부도 이뤄지고 있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보 기술이 발전했지만 국민들이 의회와 법안 정보에 유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돼 있었다”며 “포커 사이트가 시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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