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침 버거’ 물의 맥도날드의 황당한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피해자 찾아간 본사 관계자 “쿠폰으로 보상하겠다” 제안
피해자 “햄버거를 또 먹으라니… 반복해서 무시당하는 느낌”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한국맥도날드의 배달 직원이 고객에게 “(햄버거에) 침 뱉은 거 잘 먹었어?”라는 폭언 메시지를 보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가자 이 업체에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한국맥도날드는 부사장까지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는 등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며 햄버거 이용 쿠폰을 제공하려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본보 13일자 A13면 “침 뱉은 거 잘 먹었어?”

이 사건 피해자인 김모 씨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 측은 13일 아침에 김 씨에게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 이어서 문제가 된 배달 직원이 일했던 서울 마포구의 한 점포 점장과 본사 관계자가 오전 11시경 김 씨를 찾아왔다.

이들은 김 씨에게 사과하는 뜻에서 자사 햄버거 이용 쿠폰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메시지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햄버거를 또 먹으라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몇 시간 뒤 회사의 다른 관계자가 김 씨를 찾아와 “쿠폰을 더 드리겠다”며 같은 제안을 반복했다. 김 씨는 “쿠폰을 받으려고 항의한 것처럼 ‘쿠폰을 주겠다’는 말만 반복해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한국맥도날드 원성민 부사장이 김 씨를 찾아가 사과했지만 피해자와의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어떻게든 사과를 하기 위해 쿠폰 얘기를 한 것일 뿐 쿠폰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해결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맥도날드 측의 대응 방식을 놓고 전문가들은 세계적 기업답지 않게 미숙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더랩에이치의 김호 대표는 “제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에게 그 제품을 무료로 이용하는 쿠폰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자칫 소비자를 더 화나게 할 수 있다”며 “예의를 갖춰 사과하는 등 고객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주요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등에는 한국맥도날드와 문제의 배달 직원을 비판하는 글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김범석·권기범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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