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졸업반 A 군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중 어떤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게 조언을 구하러 온 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교수가 연구실 조교를 제안한 것이고, 두 번째는 부친의 지인 중 중소기업 대표가 자신의 취업을 보장한 것.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인지 혼란스럽다는 A 군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진로교육의 현실이 떠올랐다.
진로교육 의무화가 발표된 후 진로교사 배치, 자유학기제 도입, 학부모 진로코치 5만 명 양성 등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제시하는 청사진과는 달리 아직까지 진로교육에 대한 개념 이해가 부족한 학부모와 학생이 적지 않다.
진로교육을 진행하는 학교들에서도 제대로 된 진로교육에 대한 준비가 부실해 단순한 직업 관련 심리검사, 진학을 위한 정보 제공, 일회성 견학 등 ‘무늬만 진로교육’인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인생을 ‘B(Birth·탄생)와 D(Death·죽음)사이의 C(Choice·선택)’라고들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선택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선택을 잘하는 능력은 성공적인 인생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진로교육의 본질은 자신의 인생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따라서 진로교육의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단순한 심리검사 몇 번, 일회성 견학 등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로는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꿈을 주는 것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바로 ‘열정’이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이 나갈 인생방향이 보이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꿈과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진로교육 전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이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진로교육 전문가는 직업과 학과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에게 직업과 학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준다고 해서 그들에게 열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진로교육은 학생들에게 열정이 생길 만한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의 삶에 더 집중하는 것이 진로교육의 본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맥락으로 진로교육이 진행될 때 학생들은 수많은 정보 중 나 자신에게 해당하는 정보를 걸러내는 힘과 그 정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단순한 ‘정보’를 넘어 정보가 ‘가치’로 바뀌고, 그 가치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꿈’을 만들어 내는 진로교육으로 내 자녀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