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리기사가 말다툼하다 도중에 車세우고 가버리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車 옮기지말고 비상등 켠뒤 신고를

A 씨는 지난달 1일 11시 20분경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자신의 집인 유성구 지족동 열매마을아파트 입구에 이르러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 달랬더니 추가 요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럼 직접 하겠다”며 20m가량 차량을 몰아 지하주차장에 차를 댔다. 하지만 시비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대리기사는 현장에 있다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0.139%로 측정돼 운전면허가 취소(0.1% 이상)됐다.

B 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10시 22분경 대전 대흥동 중구청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차를 잘 찾지 못해 뒤늦게 도착했다. B 씨가 “지리도 잘 모르느냐”고 한마디 했고 대리기사가 화를 내면서 다툼으로 번졌다. B 씨는 “불손해 운전을 맡기지 못하겠다”며 다른 대리기사를 부른 뒤 찾기 쉽도록 차량을 잘 보이는 곳으로 2m가량 옮겼다. 기분이 상한 대리기사는 음주운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 버렸다. B 씨는 억울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2번의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기각당했다.

음주운전을 않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다툼 끝에 대리기사의 신고로 음주운전 단속을 당한 경우가 올 들어 7월까지 7건, 지난해 12건 등 한 달에 1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대리기사는 시비가 붙으면 고의로 차량을 도로 중앙에 세워 둔 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고객이 운전을 하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전국 경찰 가운데 처음으로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대리운전을 둘러싼 다툼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대전권 31개 대리운전업체에 고객과 대리기사 간 시비가 발생하면 일단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원만하게 해결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아울러 고객을 안전하게 데려다 줄 의무가 있는 대리기사가 그러지 않았을 경우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 방조, 유기죄, 교통방해죄로, 고객이 사리분별이 어려운 만취 상태인 점을 악용해 거짓으로 음주운전 신고를 하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구지법은 2007년 6월 27일 대리운전비 시비 끝에 술에 취한 고객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거짓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대리기사 정모 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객을 위한 안전운전 의무를 헌 신짝 버리듯이 팽개치고 사리사욕을 위해 고객을 모함한 대리운전기사에게 법의 엄중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추영호 대전지방경찰청 교통계장은 “대리운전 이용객들은 시비 끝에 대리기사가 도중에 차량을 세워 놓고 가 버리면 비상등을 켠 뒤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으라”라고 당부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리운전#신고#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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