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만난 흰색 스피츠 백곰이는 낮선 사람을 보고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애교 많은 개다. 신나게 놀이방을 뛰어다니다가도 신영창 관리사가 주먹을 쥐며 “백곰아! 앉아!”라고 말하면 금세 얌전하게 앞발을 모으고 앉는다. 겉보기에는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여느 개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백곰이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넉 달 전까지 거리를 떠돌다 올해 4월 이 센터로 온 유기견이다. “유기견은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물거나 짖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가 사랑받는 걸 알고 나면 금세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요.” 백곰이를 쓰다듬던 신 관리사의 말이다. 백곰이는 18일 활달한 강아지를 좋아하는 40대 부부에게 분양됐다.
서울대공원은 검역, 치료부터 입양까지 유기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동물원 내 반려동물입양센터를 열었다. 동물원 종합안내소 건물 1층 약 175m² 공간에 입양자 교육실, 미용실, 반려동물 놀이방 등 시설을 갖추고 사육사, 관리사 등 전문 인력 5명이 유기견 21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대한동물구조협회에서 구조한 유기견 중 열흘 동안 공고를 한 뒤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동물 가운데 일부를 넘겨받는다. 센터로 온 유기견들은 홍역 등 전염병 검사를 받고 질병이 있으면 치료를 받는다. 병을 치료한 유기견들은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 홈페이지에 공고해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이 기간에 놀이방에서 다른 유기견들과 어울리며 행동 교정 교육을 받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유기견 88마리가 이 센터에서 새 가정을 찾았다.
그러나 백곰이 같은 유기견은 그나마 ‘선택받은 극소수’에 해당한다. 최근 가수 이효리, 개그맨 김국진 등 인기 연예인들이 앞장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유기동물의 절반이 자연사나 안락사로 죽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2년 전국에서 집계된 유기동물은 9만9254마리. 이 중 다시 입양된 유기동물은 27.4%인 2만7223마리에 불과하다. 절반에 가까운 4만5000여 마리는 거리를 떠돌다 질병이나 굶주림, 교통사고로 죽거나 보호시설에서 안락사된다. 구조가 되더라도 공고 기간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부분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는 셈이다. 나머지는 주인의 품으로 무사히 인도하거나 중성화 수술을 시켜 번식을 억제한 뒤 다시 방사한 경우다. 서울 19개 구의 위탁을 받아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사무국장은 “봄, 여름철 신고를 받고 구조하는 유기동물만 하루 30∼40마리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수정 사무차장은 “구조대가 출동하기 전 유기견을 포획하거나 인터넷 카페에서 개를 무상으로 분양하는 사람들에게 잘 키워준다고 약속하고 분양받아 보신탕용으로 시장에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입양자가 즉흥적 동정심으로 입양하는 걸 막기 위해 입양 전 1시간에 걸쳐 반려견을 위한 예산과 가족 간 관리 분담 등에 대한 교육을 한다. 입양자 가족들의 동의 여부도 파악해 분양을 결정한다. 유기견이 다시 파양, 유기되거나 분양을 가장해 팔아넘기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것. 김보숙 서울대공원 운영팀장은 “한번 버려진 유기동물은 트라우마가 심해 정신적 장애가 심하거나 신체적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입양자가 이런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파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 분양한 유기견 중 9마리도 결국 다시 파양됐다. 임 국장은 “파양을 원할 경우 센터로 되돌려 보내면 다행이지만 다시 길에 유기하는 사례도 있어 신중하게 입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동물 입양을 원하면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입양센터 홈페이지(cafe.daum.net/seoulrehoming)에서 신청할 수 있다. 분양 신청 외에 유기동물 산책, 애견 미용, 사료 후원 같은 봉사도 할 수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www.karma.or.kr)와 동물사랑실천협회(fromcare01.cafe24.com)에서도 유기동물 입양을 상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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