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동네. 오래된 주택과 상가가 많은 데다 가로등도 적은 편이이서 분위기가 음침하다. 경찰이 2007∼2012년 이곳의 살인 강도 성폭행 절도 등 강력범죄를 조사해 보니 연간 평균 40여 건이 발생했다. 성범죄자도 8명이나 이곳에 살고 있다. 경찰은 이 동네를 성범죄 특별관리구역으로 정하고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이 많고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범죄 우려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과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연구팀은 최근 범죄 예방 환경디자인 설계인 셉테드(CPTED)를 활용해 이 동네의 문제점을 조사했다. 셉테드는 치안에 필요한 요소를 파악하고 도시 환경을 쾌적하게 바꿔 범죄를 줄이는 프로그램. 경찰력만으로 범죄 발생에 대처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1971년 처음 도입했고 지금은 영국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활용 중이다.
이 동네는 단독주택 담장을 활용한 문화거리 조성 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로등 조명을 밝게 바꾸고 간격을 좁혀 어두운 공간을 최소화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버려진 집을 철거하고 낡은 대문과 담장은 빨리 수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경북경찰청은 경북도와 함께 범죄 예방 도시디자인 시범사업을 벌인다. 하반기에 경북 지역 성범죄 특별관리구역 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연말까지 3억 원을 들여 폐쇄회로(CC)TV와 가로등,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벽화거리 공원 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공동체를 구성해 자체 순찰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경북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범죄에 취약한 곳이 있는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내년에는 공공디자인 사업에 범죄 발생 통계와 셉테드를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이달 말까지 안동 포항 경산 구미 등 4곳에서 셉테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주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범죄 예방 디자인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윤우석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도시 환경 개선이 범죄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디자인 사업에 참여해 범죄 예방에 관심을 높이면 효과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
도시 환경을 △자연적 감시(조명 및 조경) △외부인과 부적절한 사람 접근 통제 △영역 강 화(울타리 설치) △주민 활동의 활성화(놀이터, 체육시설 설치) △유지 관리(청결 및 개보수) 등 5가지 요소로 디자인해 범죄 예방 효과를 얻는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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