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귀촌전원생활교육 현장
텃밭 가꾸기-성공사례 등 5일간 교육… 직접 모종-씨앗 심고 노하우도 전수
“실질적 정보 얻어 자신감 생겼어요”
22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서울시 도시농업실습교육장 원두막 앞. 밀짚모자를 쓰고 장갑을 낀 중년 남녀 40여 명이 하나둘 속속 모여들었다. 교육장 입구에 있는 수박밭과 옷차림이 제법 잘 어울리는 이들은 서울시 귀촌전원생활교육 수강자들이다.
“올해는 봄에도 날씨가 쌀쌀해서 고추 농사 피해가 컸어요. 이웃집이 고추 일찍 심는다고 무조건 따라 심지 마세요. 몇 월 이후가 안전하다고 말씀드렸었죠?”
“5월요!”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 박상훈 강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이들은 늦깎이 학생들처럼 열심히 대답하고 꼼꼼하게 메모했다.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시골에 정착하는 방법과 농사의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서울시의 귀촌·귀농 교육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귀농 교육은 직업을 농업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귀촌 교육은 생활의 터전을 농촌으로 옮겨 전원생활을 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것. 이날 강의는 귀촌 희망자들이 대상이었다.
귀촌 희망자들은 5일 과정(30시간)으로 전원생활을 준비하는 방법과 전원생활 성공 사례, 텃밭을 가꾸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19일부터 3일간의 이론 교육을 끝내고 이날 고양시 실습교육장에서 직접 모종과 씨앗을 심는 실습을 하려고 모인 것이다.
5일간의 수업은 전원생활에 대한 낭만을 지우고 현실적인 적응 방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뒀다. 농촌에서 살다 보면 도시보다 불편한 주거 환경을 감수해야 하고 애써 농사지은 작물이 날씨나 병충해로 엉망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귀농 희망자들을 위한 교육은 20일 동안 더욱 전문적으로 이뤄진다.
시골로 가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수강자 47명 대부분은 은퇴를 목전에 뒀거나 이미 은퇴한 40∼60대였다. 하지만 30대 젊은 직장인들도 있었다. 수강 인원의 절반 정도는 여성이다.
이들 중에는 귀촌을 하기 위해 이미 지방에 주택과 텃밭을 구입하는 등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수강생도 있었다. 충남 홍성군에 땅을 사 귀촌을 준비하고 있는 박상근 씨(59)는 “어깨 너머 배운 기술로 섣불리 대추나무를 심었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며 “막연하게 씨앗만 심고 기다리면 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작물과 땅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깊어져 내려가도 실패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교육 마지막 날은 충남 홍성군의 전원마을을 직접 방문해 전원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남기형 씨(68)는 “어릴 때 메뚜기를 잡으며 뛰어 놀던 논밭이 그리워 막연히 귀촌을 동경했었지만 수업에서 비슷한 꿈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귀촌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는 9월과 10월 이 같은 귀촌교육 강의를 세 차례 더 할 예정이다. 기수별 참가자는 50∼65명이며 수강료는 1만3950원이다. 이 밖에도 센터는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형 귀농 강의와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친환경 농업 체험과정, 녹색 식생활 체험과정 등 농촌과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 속에서 다양한 농촌 체험학습을 돕기 위해 1만1900m² 규모의 실습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일정과 수강료, 신청 방법은 홈페이지(agro.seoul.go.kr)와 전화(02-459-6753)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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