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진흥지구 지정에 따른 사업계획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통제할 방법이 없고 투자업체의 투자이유, 애로사항 등의 기초실태조사조차 없습니다.”(김동욱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
“투자자들은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땅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선호하다 보니 곶자왈(용암 암괴 위에 형성된 자연림) 같은 지역이 포함돼 환경훼손이 우려됩니다.”(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7일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발전연구원 주관으로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개선’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받은 뒤 사업추진을 하지 않거나 사업용지의 국공유지를 매각하더라도 제재근거가 없는 허술한 투자진흥지구 제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명확한 근거규정 마련과 함께 투자진흥지구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을 요구했다.
○ 투자진흥지구 사업요건 강화
종전 제주지역 개발방식은 종합개발계획에 따른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형태였으나 투자실적이 미미하자 2002년 투자진흥지구 제도를 도입했다. 지정요건 가운데 사업비가 2000만 달러 이상에서 1000만 달러 이상으로 완화된 뒤 2006년 500만 달러 이상으로 또다시 낮아졌다. 대상 업종은 당초 9개에서 24개 업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사업장은 관광업 32곳 등 모두 36곳. 지정면적은 1933만 m²에 이른다. 투자예정 규모는 11조2936억 원이며 3조778억 원이 실제 투자되는 성과를 올렸다. 일정 부분 투자유치에 성공을 거둔 것은 관광개발 붐과 함께 세제감면혜택이 매력적이었기 때문. 투자진흥지구 사업자는 법인세, 소득세를 3년 동안 면제받고 이후 2년 동안 50%만 납부한다. 지방세인 취득세 면제는 물론이고 재산세도 10년 동안 내지 않는다.
그러나 서귀포시 섭지코지 해양관광단지를 개발하는 ㈜보광제주가 세제감면혜택을 받고도 미개발 토지를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진흥지구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도가 이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이번 토론회를 거쳐 개발사업에 제공하는 공유재산에 대해 ‘선 임대개발 후 매각’으로 정했다. 사업지정 후 5년 이내에 계획이 완료되지 않으면 지구지정을 취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지정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 제주기업 역차별 우려
투자진흥지구 지정에 대해 제주지역 기업들은 수긍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대 자본의 활동에만 세제혜택을 주면서 자본이 열악한 ‘토종 기업’들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부문의 경우 제주시 용암해수단지의 물 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업체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데, 입주 업체가 모두 들어찬 만큼 용암해수를 외부에서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업 확장으로 기업을 키우고 싶어도 제도적인 맹점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연고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진흥지구 지정요건 가운데 투자금액을 5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 이상으로 더 완화해야 토종 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 신동일 연구위원은 “제주의 투자여건이 관광개발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관광개발 분야의 투자금액 기준을 현재보다 올리고 지역자본에 의한 향토산업, 미래동력산업 등은 투자금액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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