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신안 신의도에 2호 행복의원 내년 3월 문연다

美서 30여년 의사 활동 박준일씨… 섬 지역 주민들 건강위해 재능기부

전남 신안군 신의도는 목포항에서 48km 정도 떨어져 있다.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 철부선으로 2시간 정도 타고 가야 하는 낙도다. 그럼에도 신의도 주민 2000명 가운데 20∼40대가 20%를 넘을 정도로 신안 14개 읍면 가운데 청년층이 가장 많다. 전국 천일염(소금)의 약 24%가 이 섬에서 생산되고 품질이 좋아 천일염 생산으로 승부를 걸려는 젊은 세대가 몰리는 것.

그러나 신의도에는 보건소 외에 병원이 없어 문제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의사 출신인 박준일 씨(68)는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신안군 장산·하의·신의도를 방문했다. 그는 섬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재능기부를 하는 전남 행복의원 2호 개원을 하기 위해 이들 섬을 둘러봤다.

박 씨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원주기독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쳐 미국에서 병리학·내과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뉴저지 주에 있는 종합병원을 거쳐 1982년부터 30년 동안 휴스턴에서 병원을 개업해 활동하다 최근 은퇴했다. 그런 그가 신의도에 병원을 개원하기로 결정하자 전남도와 신안군은 박 씨의 거주·진료 공간 확보, 민간위탁 조례 제정, 진료 약품·장비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행복의원 2호를 개원하도록 돕기로 했다.

이에 앞서 2011년 10월 전남 완도군 노화도 보건지소에 행복의원 1호가 들어섰다. 행복의원 1호는 미국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해 온 은퇴 의사 정우남 씨(71)가 진료를 맡고 있다. 정 씨는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30여 년간 소아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다 은퇴했다. 정 박사는 평소 무의촌 봉사활동을 희망해온 의지에 따라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섬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차원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화도와 인근 보길도는 다리가 연결돼 하나의 생활권이다. 두 섬은 전복의 주산지여서 귀촌한 청년이 적지 않다. 이들의 자녀들은 행복의원 1호가 개원하기 전까지 전문 소아과가 없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했지만 행복의원이 개원한 뒤 2년여간 이 지역 어린이 2700명이 진료를 받았다.

정 씨는 “배웠던 의술을 섬 지역 어린이들에게 베풀면서 나머지 삶을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의 부인 박성자 씨(64)도 중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매일 방과후 무료 영어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낙도 주민들의 건강을 챙기는 행복의원 1, 2호는 새로운 의료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병원 의사들은 현직에서 은퇴한 뒤 귀국해 생활비 명목으로 300만 원을 받고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남도 등은 행복의원을 확대할 방침이지만 의료재능을 기부하려는 은퇴 의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의료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행복의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