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함민복 씨(65)는 매일 아침 자전거 세울 곳을 찾아 헤매느라 진을 뺀다. 함 씨가 근무하는 건물 바로 앞에는 공공 자전거보관소가 있지만 방치된 자전거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관소에는 먼지가 수북하고 바퀴가 휘어진 자전거가 수두룩하다. 함 씨는 “건물 주변 담장이나 가로등에도 오래 방치된 자전거가 많지만 자물쇠로 묶여 있어 치울 수도 없고 혹시라도 주인이 나타나 변상하라고 할까 봐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 열풍이 불면서 자전거 보유 인구가 곧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택가와 공원, 지하철역 등 곳곳에 버려지는 자전거도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불편 또한 커지고 있다.
8월 27일 오후 본보 취재팀은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의 방치 자전거 수거작업에 동행했다. 육교 및 지하철역 주변 등 공공 자전거보관소를 40여 분 동안 돌며 수거한 자전거만 15대, 1t 트럭이 가득 찰 정도였다.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는 쓰레기통으로 전락해 담배꽁초와 음료수 병 등 온갖 쓰레기로 넘쳐났다. 체인은 살짝만 만져도 녹이 묻어 나왔다. 바퀴나 손잡이, 안장 등 일부 부품이 아예 없거나 파손된 자전거도 부지기수였다. 전하현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주무관은 “새 사전거를 사려는 사람들이 먼저 쓰던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수거한 방치 자전거 수는 5949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7월까지 수거되거나 계속 방치할 경우 수거해간다는 내용의 계고장이 붙은 자전거가 이미 7161대다. 매달 서울에서만 1000대 이상의 자전거가 버려지고 있는 것.
서대문구 용산구 송파구의 방치 자전거 수거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적 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의 이형운 사무국장은 “방치 자전거를 치워 달라는 민원이 한 달에 수십 건씩 밀려들지만 인력이 부족해 다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바퀴희망자전거가 수거한 자전거를 보관하는 용산구 창고 주변에는 이미 2000여 대의 자전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국장은 “우리가 수거한 자전거는 대부분 공공 자전거보관소나 인도에 방치돼 있던 것”이라며 “만약 아파트 단지나 대학 내에 버려진 자전거까지 합하면 방치 자전거 수는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체인과 바퀴, 페달 등의 부품이 파손됐거나 안장이 없는 채 방치된 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고장이 부착된다. 10일 동안 조치가 없으면 각 자치구나 지정업체에 의해 수거되며 일부 부품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폐기 처분된다. 하지만 버려지는 자전거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미처 수거하지 못하는 자전거가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지방자치단체나 방치 자전거 수거 지정업체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일일이 자전거 주인을 추적하기도 불가능하고 ‘버려졌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버릴 때는 시민이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 수거해 가지만 실제 이 방법을 통해 자전거를 버리는 시민은 많지 않다. 서울시 자전거교통팀 관계자는 “자전거를 길에다 버리면 폐기물 무단투기에 해당하지만 자전거는 조회도 불가능하고 현장에서 붙잡아도 ‘잠시 세워둔 것’이라고 발뺌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며 “‘아무 곳에나 버려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민의 비양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또 “지자체별로 단속을 강화해 벌금을 부과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전거를 방치해 놓고 가는 건 불법주차와 같은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우선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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