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55> 벌교 참꼬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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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쫄깃… 미식가 발길 끄는 그 맛

찬바람이 불면 꼬막에 맛이 들기 시작한다. 꼬막은 봄에 껍데기를 키우고 여름에는 산란을 한다. 가을이 되면 매서운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찌운다. 그렇기 때문에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꼬막은 살이 많고 쫄깃쫄깃한 맛이 가장 좋다. 꼬막은 날씨가 추워지면 반찬은 물론이고 안주로도 제격이다.

꼬막류는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조개) 3종류로 구분된다. 4cm 크기인 참꼬막은 껍데기가 두꺼우며 깊고 뚜렷한 골(줄)이 19∼21개 있다. 참꼬막은 양식 기간이 평균 4년이다. 새꼬막은 껍데기 골이 30개 정도 있으며 양식 기간은 평균 2년이다. 전남도 수산과학원 강진지소 관계자는 “참꼬막과 새꼬막은 학명이 다르다”며 “통상 꼬막으로 불리는 것은 참꼬막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군 벌교 앞바다는 전국 참꼬막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벌교 참꼬막은 일반 조개들과 달리 먹어도 모래가 씹히지 않는다. 벌교 갯벌은 모래, 황토가 섞인 다른 지역과 달리 차진 진흙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갯벌에서 나오는 참꼬막은 미세한 진흙을 먹고 자라 내장에 모래가 들어 있지 않다. 벌교 참꼬막이 겨울철 진미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벌교읍에 있는 꼬막 정식집 30여 곳은 10월부터 겨울철 내내 전국에서 몰려온 미식가들로 문전성시다. 반현미 수랏상 꼬막정식 사장(43·여)은 “10월부터 4월까지는 참꼬막 맛이 좋다”며 “꼬막 정식 7, 8개 음식 가운데 탕수육, 구이, 무침이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벌교 참꼬막의 명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생산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보성군은 올해 참꼬막 생산량이 1700t으로 예상된다고 2일 밝혔다. 1996년 3000t이 생산된 것을 감안하면 17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더위가 길어서 참꼬막에 살이 1, 2주 정도 늦게 차고 있다. 또 추석이 평년보다 빠르지만 차례상에 올릴 참꼬막을 찾는 수요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참꼬막의 kg당 가격은 1만4000원이다. 평균 참꼬막 75개의 무게가 1kg 정도 돼 금꼬막이라고도 불린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참꼬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옥 벌교읍 상진어촌계장(57)은 “자연산에 의존하고 있는 참꼬막 새끼(종패)를 구하지 못해 10년 전부터 양식 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며 “참꼬막 양식을 하는 일부 어촌계에서 추석 차례상용으로 참꼬막을 출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참꼬막 가격 인상 효과보다 양식 면적 감소가 더 큰 영향을 줘 소득이 줄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참꼬막 생산량이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정도로 감소했다고 한다. 참꼬막 생산량 감소는 새끼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끼 참꼬막 감소는 수온 상승, 천적 증가, 강물의 바다 유입량 감소, 조개류 양식을 위한 어장 황폐화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보성군의 한 관계자는 “참꼬막 주산지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년 1월까지 참꼬막 새끼를 인공적으로 키울 배양장을 만드는 등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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