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세피난처 탈세 11명에 714억 추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한국인 267명 신원확인… 전재국 포함
30대 기업 총수 일가 등 28명도 조사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11명에게 국세청이 714억 원을 추징했다. 또 탈루혐의가 확인된 또 다른 28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30대 대기업 총수의 일가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와 관련된 원본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미국 영국 등과의 정보공유로 확보한 400GB(기가바이트) 상당의 원본자료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405명의 명단을 뽑아 현재까지 26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 중 탈루혐의자 29명을 걸러내고 개별 정보분석을 통해 별도로 10명의 탈루혐의를 확인해 총 39명을 조사대상자로 선정했다.

39명 중 11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치고 714억 원을 추징했다. 18명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10명은 3일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추가 신원 확인 및 탈세 여부 조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단계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267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선용 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재국 씨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이와 연결된 계좌로 자금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6월 제기한 바 있다. 또 선용 씨에 대해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베트남 하노이에 600억 원대 고급 골프장을 보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30대 기업 총수 및 가족이 세무조사 대상 명단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이수영 OCI 회장 등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들이 세무조사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 한 국내법인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산업폐기물을 비싼 원재료인 것처럼 위장 수입하는 수법으로 기업자금을 빼돌렸다. 이 회사는 가짜 거래를 숨기기 위해 국내외 관계사를 동원해 사실과 다른 거래를 하는 이른바 ‘물 타기’를 시도했다. 또 다른 회사는 해외의 정상적인 법인이 페이퍼컴퍼니에 가짜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은닉해 세금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세피난처 탈세자를 포함해 올 상반기(1∼6월)에 역외탈세 혐의자 127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추징한 세금은 6016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늘어난 규모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국세청#조세피난처#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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