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폐기물처리업체 2명 구속… 측정기 조작해 염화수소 몰래 흘려
市, 올초 불산사고후 단속때도 “통과”… 넉달 전 제보 있고서야 뒤늦게 파악
울산시가 기준치를 초과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업체를 8년간 몰랐던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태화강 재첩도 시민들이 채취해 먹은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안전성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울산시의 ‘뒷북 행정’에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지검은 굴뚝자동측정기(TMS)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염화수소를 배출한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내 폐기물 처리 업체인 ㈜범우 회장 A 씨(69)와 공무이사 B 씨(50) 등 2명을 구속하고 환경기술인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회사는 2005년 8월부터 올 5월까지 총 372차례에 걸쳐 TMS의 유량계 밸브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염화수소를 배출허용기준치(20ppm)의 2배인 40ppm을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염화수소는 인체에 고농도로 농축되면 몇 분 내에 사망할 수 있는 유독성 기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유대인을 학살할 때 사용한 독가스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범우가 처음에는 TMS 유량계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염화수소 배출 측정치를 낮추다가 나중에는 아예 TMS를 점검하는 것처럼 테스트모드 버튼을 눌러 염화수소 배출 측정치를 기준치 이하로 고정시켰다. 특히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배출 업체의 조작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TMS실에 출입하는 것을 확인할 센서 장착을 의무화하자 이 회사는 공무이사 책상 옆 에어컨 뒤에 TMS 작동 스위치를 몰래 설치해 조작했다. 배출 허용 기준치 이하로 조작된 염화수소 배출량은 한국환경공단과 울산시 등에 자동으로 전송돼 단속을 피했다. TMS 담당자가 바뀌면 조작 방법을 전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울산시는 올 5월 익명의 제보가 있기까지 8년 동안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올 1월 경북 상주시 염산 누출사고와 3월 구미시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울산시가 이 업체를 포함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업체를 집중 단속할 때도 적발하지 못했다. 2009년 7월에는 울산시가 운영하는 성암소각장 TMS를 조작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위탁업체도 제보를 통해 적발됐다.
울산에는 현재 연간 10t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50개 업체에 TMS가 설치돼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8개사는 범우와 같은 구형 TMS이기 때문에 신형에 비해 조작이 용이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TMS 조작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7일 태화강 재첩을 먹어도 된다는 안전성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7월부터 재첩을 채취해 먹고 있는 상황에서 뒷북 발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태화강 재첩은 1970년대 수질오염 등으로 사라진 뒤 올해 40여 년 만에 등장했다. 이 때문에 시민 안전을 위해 사전 안전성 검사를 거친 뒤 채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태화강 재첩 채취 사실은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됐지만, 보건환경연구원 측은 이를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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