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성郡-상무대 “相生은 우리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 官-軍아름다운 동행 화제

전남 장성군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상무대 장병들과 장성지역 초등학생들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어울리고 있다. 장성군 제공
전남 장성군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상무대 장병들과 장성지역 초등학생들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어울리고 있다. 장성군 제공
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장성읍 가정복지회관 드림스타트센터. 상무대 육군보병학교화기중대 유충열 병장(23)은 김영호(가명·13·초등6년) 군과 ‘마지막 수업’을 했다.

12일 제대하는 유 병장은 10개월 전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김 군을 처음 만났다. 이 프로그램은 상무대 장병들이 매주 토요일 장성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과 일대일로 만나 부진한 과목을 가르치는 장성군·상무대 협력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8월 개설됐다. 현재 참여 장병은 12명. 유 병장은 동료 장병들과 함께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수업이 끝나면 축구 등 체육활동을 하며 한나절을 어울렸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영화를 보러 가거나 래프팅을 하는 등 현장체험학습도 다녔다. 김 군은 ‘과외 선생님’이자 ‘체험학습 강사’인 유 병장을 친형처럼 따랐다. 유 병장은 “처음에 말수가 없고 의기소침했던 영호가 활달해진 것을 보면서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은 어느덧 87회까지 진행됐다. 장성군 아동청소년계 김도연 주무관은 “장병들의 재능기부로 아이들의 학업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함께 자신감까지 심어준 장병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남 장성군과 국내 최대 군사교육시설인 상무대의 ‘아름다운 동행’이 화제다. 문화체육시설을 개방해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특산물 납품을 늘리고 지역 상가 살리기에 함께 나서는 등 관(官)·군(軍) 상생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자치단체와 군(軍)의 아름다운 동행

1994년 광주에서 장성군 삼계·삼서면으로 이전한 상무대는 보병·포병·공병·기계화·화학학교 등 5개 전투병과 학교와 2개 지원부대가 있다. 장교, 부사관, 훈련병 등 6200여 명이 상주하며 부대 인근에 1350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장성군과 상무대는 2011년 3월 ‘문화체육시설 공동이용협약’을 계기로 상생 물꼬를 텄다. 그해 10월 상무대가 창설 이래 최초로 민간에 부대시설을 개방해 전국 대학동아리 축구대회가 열렸다. 이후 동호회 축구대회, 생활체육대회가 열릴 때 상무대 연병장과 체육관을 활용하면서 장성군은 당장 시급한 공설운동장 신축비 200억 원을 절감해 예산 절감 모범기관으로 감사원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연간 120t(1억2200만 원 상당)의 장성 쌀이 상무대 5개 학교 간부식당에 공급되고 있다. 올 2월에는 삼서농협이 무, 배추, 마늘, 당근 등 8억 원 상당의 채소류를 51군수지원단에 납품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매년 5월 열리는 홍길동축제 때마다 군악대 공연을 비롯해 장갑차 등 군 장비를 전시해 병영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농번기 일손 돕기, 태풍이나 대설 피해 때는 긴급 피해복구 지원에 나서는 등 주민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 홀몸노인에 도시락 배달

육군기계화학교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네 차례 부사관급 이상 250여 명이 돌아가며 혼자 사는 노인 10명에게 보온도시락을 전달하며 이웃 사랑의 온정을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상무대 군인 가족 영외면회제도’가 부활해 장병들이 가족과 면회 때 음식점 등 상가 이용이 가능해져 지역경제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장성군은 면회객을 위한 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전국 최대 편백숲인 축령산을 비롯한 장성 8경과 황룡전적지, 박수량 백비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축령산 피톤치드 삼림욕, 편백비누 만들기, 장성호 조정(漕艇) 등 이색 체험거리도 제공한다.

장성군은 이달 말 상무대 정문∼삼계면 상무아파트까지 4k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를 23억 원을 들여 개설한다. 아파트와 부대를 오가는 상무대 부대원들을 위한 시설이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전역 군인 가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귀농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국군장병#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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