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철 강원 양양군수는 5일 박근혜 대통령과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에게 장문의 친필 편지를 보냈다. 정 군수는 11쪽 분량의 이 편지에서 국립공원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앞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심의하는 데 애정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국립공원위원회의 시범지역 부결 발표는 우리 지역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었다”며 “문제점으로 지적받아 온 환경성 문제를 완벽히 보완한 만큼 케이블카가 필히 설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 “관광객 유치로 지역 경기 회생 기폭제”
정 군수뿐이 아니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 마을에서 설악산 대청봉 인근까지 4.5km를 연결하는 오색 케이블카는 양양군과 인접 시군 주민 대부분이 원하고 있는 지역의 최대 현안이다. 이 같은 심정을 반영하듯 양양의 거리 곳곳에는 케이블카 설치를 바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또 각종 기관 단체들의 건의문 및 성명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양양군이장연합회 임원들은 2일 청와대와 국회를 방문해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오색 케이블카는 자연 훼손을 방지하고 국립공원을 제대로 보전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자 설악권 관광 활성화와 강원도의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 낼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양양군의회와 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회, 번영회도 성명을 통해 오색 케이블카의 필요성을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오색 케이블카가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침체돼 있는 지역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양군은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연간 3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설악산 환경 복원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노약자와 장애인의 국립공원 이용 권리 확대, 탐방 시간이 제한적인 외국인을 겨냥한 관광상품 개발, 인접 지역의 관광기반시설 확충 등의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김관호 양양군번영회장은 “오색 케이블카는 지역 주민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친환경적으로 설치해 설악산의 훼손을 막고 지역 경기도 살릴 수 있는 시설이라는 점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난해 한 차례 부결… 환경단체 반대도 심해
이 같은 주민의 염원과 달리 오색 케이블카의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한 데다 지난해 심의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 정상까지 거리가 짧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양양군이 신청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했다.
이에 따라 양양군은 당초 대청봉 정상에서 280m 거리의 상부 정류장 위치를 정상에서 1.2km 떨어진 지점으로 옮겼다. 또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일부 등산로를 폐쇄해 환경 훼손을 막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제성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연간 이용객을 32만 명으로 추정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밝혔지만 양양군이 이화여대에 의뢰해 산출한 결과 예상 인원은 62만 명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설악산이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설악산의 산양 서식지 등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지난달 환경부 주최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오색 케이블카 공청회에서 “설악산 상부는 산양 서식지이고 설악산 전체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라며 “설악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추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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