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소(보세요), 아무 이상 없지예(없죠). 믿고 사 가이소(가세요).” “일본 ‘방사능’ 여파 때문에 대목을 망쳤습니다.”
9일 국내 대표 수산물시장인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허남식 부산시장, 정영훈 국립수산과학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이 시장을 돌아다니자 상인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허 시장 등은 이날 국내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몸소 홍보하겠다며 방사능 세슘 측정기를 들고 나왔다. 허 시장이 국산 볼락, 조기, 도미, 민어 등 차례상에 오를 물고기와 갈치 우럭 등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결과는 0.1∼0.4Bq(베크렐·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는 자연 상태의 방사능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인 하영실 씨(45)는 “25년째 장사를 하면서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여기 생선은 절대 안전하다. 만약 오염된 생선을 속여 팔면 손님의 신뢰가 무너져 장사가 더 안 될 텐데 손해 볼 짓을 왜 하겠는가”라며 열변을 토했다.
허 시장은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도미와 조기를 샀다. 김은숙 중구청장도 제수용품을 구입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자갈치시장 3층에서 중국산 농어, 한국산 광어 우럭 전어, 일본산 돔으로 만든 활어회를 시식했다. 정 원장은 “한국 연근해 수산물에는 방사능이 없다. 일본산에서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정부에서는 안전대책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일본산 수입 식품 6만6857건을 검사한 결과 세슘이 기준치(kg당 100Bq)를 초과한 수산물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수산물에서 kg당 2∼5Bq의 방사능이 검출되면서 수산물 구매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결국 정부는 이날부터 일본 8개 현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추가검사를 통해 방사능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서병수 의원 등 8명은 8일 자갈치시장에서 상인들의 고충을 들었다. 민주당 오제세, 이언주 의원 등도 부산 감천항 수입식품검사소를 찾아 검역 강화를 주문했다. 상인들은 이들에게 “인터넷에 방사능 괴담이 떠돌면서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었다.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럴 때마다 정치인들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목을 앞둔 상인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허 시장을 동행 취재하면서 ‘정부의 확실한 먹거리 정책’과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만이 이들의 근심을 덜어줄 한가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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