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몽촌토성 휘감은 호수?… 백제가 敵 막던 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올림픽공원 몽촌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의 몽촌호 전경. 원래 몽촌토성의 해자였던 것을 올림픽공원을 만들면서 복원해 지금은 인공호수가 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의 몽촌호 전경. 원래 몽촌토성의 해자였던 것을 올림픽공원을 만들면서 복원해 지금은 인공호수가 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은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시민의 나들이 장소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로 나와 공원 정문인 세계평화의 문을 지나면 수변무대와 함께 아름다운 호수(몽촌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공원 주변 흔한 인공 호수처럼 보이지만 그 역사는 무려 1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한가로운 풍경이지만 원래 이곳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에 파놓은 물길인 해자(垓子)였다. 한강의 줄기인 성내천의 흐름을 이용해 몽촌토성(夢村土城)을 방어하기 위한 인공구조물이다. 몽촌토성은 백제가 국가의 기틀을 다진 3세기 후반∼4세기 전반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산성에서 뻗어 내린 구릉지의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진흙을 쌓아 성벽을 만들었다.

몽촌토성과 해자는 서울올림픽의 특별한 선물이기도 하다. 몽촌토성은 1916년 조선총독부의 ‘조선고적조사보고’에서 문화유적으로 등장했지만 이후 방치돼 왔다. 1983년부터 주변 일대를 올림픽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발굴 작업을 하면서 흙을 다져 만든 움집과 지하 저장 구덩이, 철제 화살촉, 원통형 토기조각 등 유적 유물이 출토됐다. 수도 서울의 600년 역사를 일거에 2000년으로 끌어올린 ‘사건’이었다.

서북쪽에 나무토막들을 박고 일렬로 엮어 만든 외적 방어 시설인 목책의 흔적이 발견됐고, 성 바깥쪽 도랑에서는 ‘뻘층’이 나와 해자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 해자의 흔적을 복원해 인공호수로 만들었고 1986년 6월 한강물을 퍼 올려 18만8000여 t의 물을 채웠다.

한성백제(기원전 18년∼서기 475년)의 왕성으로 추정되는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에도 해자가 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몽촌토성의 성벽 2340m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30분 정도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해자였던 몽촌호 중앙의 음악분수대는 140여 곡의 멜로디에 따라 1만4000가지의 모양을 연출하며 오전 10시∼오후 6시 매 시간 물을 뿜어 올린다. 올림픽공원의 9경(세계 평화의 문, 엄지손가락 조각, 몽촌해자 음악분수, 조각품 ‘대화’, 몽촌토성 산책로, 외톨이 나무, 88호수, 들꽃마루, 장미광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해 올림픽공원 안에 문을 연 한성백제박물관에 가면 고류지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초기백제유물 4만2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서울관광 명소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비한 창작뮤지컬 ‘이도한산(移都漢山)’도 색다른 볼거리. 한성백제박물관 입구 야외무대에서 11월 23일까지 매주 주말과 공휴일 오후에 펼쳐진다. 4세기 백제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이 한성지역으로 왕성을 옮긴 일화를 테마로 했다. 역사고증을 거쳐 화려하게 재탄생한 백제의 의상과 깃발, 상징물과 백제 병사들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일반 시민도 한성백제의 백성으로 분장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시 홈페이지(seoulstory.org), 한성백제박물관 홈페이지(baekjemuseum.seoul.go.kr) 참조. 070-7759-2220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몽촌토성#몽촌호#올림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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