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주문초교 삼덕분교 학생들은 11일 설레는 마음을 잠시 접어야 했다. 삼덕분교에서 13년 만에 열릴 예정인 가을운동회가 비 때문에 24일로 연기됐기 때문. 삼덕분교에 다니는 동안 운동회를 경험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처음 맞이하는 운동회에 대한 기대가 각별하다. 2학년 때 전학 온 김민섭 군(12·5학년)은 “첫 운동회라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달리기와 줄다리기, 박 터뜨리기 등 많은 경기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덕분교는 1957년 삼덕초교로 개교한 이후 한때 300명이 넘는 재학생이 있었지만 학생 수 감소로 2000년 분교로 격하됐고 이때부터 운동회가 열리지 않았다. 더욱이 재학생이 10명 미만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재학생은 5명. 이 가운데 2명이 올해 졸업해 학생은 3명으로 줄어들 형편이었다. 그러나 올해 7명이 입학했고 18명이 전학을 오면서 28명이 됐다. 이 덕분에 모처럼 가을운동회도 열리게 된 것.
삼덕분교에 학생들이 몰린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특성화 교육 덕분. 관동대 기초교육원과 협약해 원어민 교수들이 학교로 와 외국어를 지도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대학 교수의 지도를 받는다는 소문이 인근에 퍼지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동문회의 지원도 한몫했다. 학생들이 바이올린과 검도 등 예체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악기와 도복 등을 사줬고 각종 수강비와 재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16회 졸업생인 김광래 총동문회장(53)은 “학교와 동문들의 노력으로 학생이 크게 늘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학년당 10명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시골 학교는 교육공간뿐 아니라 정신·문화적 구심체 역할을 하는 만큼 삼덕분교의 회생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백시홍 삼덕분교 부장교사는 “주민들이 확성기로 운동회 소식을 알리는 등 관심이 크다”며 “많은 주민이 운동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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