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아파트속 농장, 주민들 행복충전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월성주공3단지 ‘싱싱한 팜’ 개설… 새싹蔘 재배해 작년 3000만원 수익
아파트 거주 할머니들에 일자리 제공… 일자리 경진대회서 사회적기업 大賞

대구 달서구 월성동 싱싱한 팜 유리온실에서 주민들이 새싹삼을 재배하고 있다. 달서구 제공
대구 달서구 월성동 싱싱한 팜 유리온실에서 주민들이 새싹삼을 재배하고 있다. 달서구 제공
“도시농업과 마을기업의 좋은 모델로 만들겠습니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싱싱한 팜(농장) 주창성 사무국장(48)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일자리 경진대회에서 사회적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 대회는 일자리 창출 사업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열린다. 4회째인 올해는 118개 지자체가 159개 사업을 응모했다. 주 씨는 “주민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발전 가능성이 높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싱싱한 팜은 지난해 7월 월성주공3단지 아파트에 설립됐다. 달서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움으로 아파트 놀이터를 유리온실로 바꾸고 작업농장 80m²(약 24평)를 만들었다. 봉사단체인 월성사랑회와 주민들이 함께 운영한다. 국화와 곤충으로 시작했으나 실패했다.

현재의 새싹삼(인삼의 일종) 재배는 성공적이다. 묘삼(苗蔘·밭에서 1년 반 키운 어린 인삼)을 화분에 40여 일 정도 키워 식용으로 판매한다. 냉장실에 묘삼을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꺼내기 때문에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 지난해는 한 뿌리 2000원에 판매해 3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올해는 8000만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수익금은 월성사랑회의 봉사와 주민자치 활동에 사용한다. 주문량이 늘면서 직원 5명도 고용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60, 70대 할머니들이다. 조판의 씨(67·여)는 “삼이 쑥쑥 자랄 때 흥이 난다”며 좋아했다.

싱싱한 팜의 내년 목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민금순 월성사랑회 회장(74·여)은 “농장이 아파트 단지에 행복 충전소가 됐다. 내년부터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배 기술을 보급해 창업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 지자체들과 주민들이 일자리 창출에 ‘작지만 큰’ 결실을 맺고 있다. 틈새를 찾고 발상을 전환한 덕분이다. 달서구는 이번 대회의 지역맞춤형 일자리 부문에서도 우수상을 받았다.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와 손잡고 성서산업단지 기계·전자분야 여성 일자리를 만든 점을 인정받았다. 여성개발센터가 성서단지 기업 50여 곳을 조사해 연간 500여 명의 생산 인력 중 30%는 여성 고용이 가능한 점을 찾아냈다. 이후 참여 여성들에게 기계조작법과 컴퓨터자동설계(CAD) 컴퓨터수치제어(CNC) 등 기업 현장에 필요한 분야를 집중 교육해 취업하도록 했다. 상반기에 40, 50대 여성 38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이달에도 CAN·CNC 및 품질관리 분야에 추가 훈련생을 모집 중이다. 연말까지 40여 명을 취업시킬 계획이다.

중구의 ‘북성로 도시 재생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사업’도 우수상을 받았다. 북성로 공구골목 일대를 지자체와 주민이 힘을 모아 역사문화공간으로 바꾸면서 청년 일자리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이곳에는 공구박물관과 카페삼덕상회 등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한 상점들이 들어섰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사회적기업#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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