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를 제외한 7개 출판사 한국사 집필자들이 정부의 수정, 보완 지시는 사실상 재검정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는 1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의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정 철회 압력을 받아 온 교학사뿐만 아니라 나머지 7종의 교과서 모두를 수정, 보완토록 하겠다는 교육부 발표에 허탈감과 모욕감을 느낀다. 정부는 법 절차를 무시하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재검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협의회는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리베르스쿨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의 집필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교과서 채택 마감을 한 달 이상 연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또 다른 특혜를 교학사에 주겠다는 편파행정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 규정은 ‘1학기에 사용될 교과용 도서는 해당 학기 6개월 전까지 주문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협의회는 “수정, 보완 작업을 위해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검인정제도의 정신을 훼손시키고 재검정을 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협의회 공동대표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과)는 “교육부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재검정을 강행한다면 행정소송을 비롯한 모든 법적인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교육부 측은 “오류를 막기 위해 출판사와 협의하면서 잘못된 팩트가 있다면 바로잡자는 얘기지 재검정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교과용 도서 규정과 관련해선 “교과서가 선택형으로 바뀌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짜는 시점이 8, 9월이 됐다”면서 “어차피 6개월 규정을 맞추기 힘들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교과서 모두를 대상으로 10월 말까지 수정, 보완 과정을 거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일선 고교들의 교과서 채택기간도 한국사에 한해 11월 말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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