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완전히 사라진 마을을 체험하고 있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0.34km²·약 10만 평)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세계문화유산 화성 행궁 옆에 위치한 행궁동 2200가구 4300여 명의 주민들은 이달 1일부터 한 달간 독특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수원시와 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ICLEI·75개국 1250개 도시 가입)가 공동 주최한 ‘생태교통 수원 2013’에 참가하고 있는 것. 이 행사는 화석연료가 고갈됐다고 가정한 뒤 친환경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생태교통의 해법을 연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1478대의 차량을 마을 바깥 임시 주차장에 주차한 뒤 걷거나 곳곳에 비치해둔 자전거, 전기자동차 등을 이용하고 있다. 대신 카센터 등 차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의 생업용 자동차 7대와 응급환자가 있는 집 4대, 방문객 전용차량 8대 등 19대만 허용됐다.
주민들은 골목길에 차가 없으니 조용하고 안전해 좋다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상가들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 한 한정식집 주인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상가 대부분이 매출이 50% 넘게 격감했다”며 “그러나 동네가 깨끗해지고, 의미 있는 행사라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은 차가 점령했던 골목길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즐기는 모습이다. 대신 차량 없는 마을을 연구하거나 체험하고픈 방문객들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15일 현재까지 모두 44만38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수원시는 행사에 앞서 주요 도로인 화서문로와 신풍로를 중심으로 보수공사를 벌이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 보행자 통로를 조성하고 전선을 지하화했다. 곳곳에 쌈지공원과 담장을 새 단장했다. 수원시는 추석 연휴 기간(18∼22일)에는 자녀 등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차량 진입을 허용하되 주차는 북문농협과 제일교회 비전센터, 선경도서관, 신풍초등학교, 화성행궁 주차장을 이용토록 했다.
생태교통 주민추진단 도종호 단장(75)은 “처음 일주일간은 막무가내로 차량을 모는 주민들도 있었다”며 “동네 발전을 위해 예상보다 잘 동참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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