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직원 이모 씨(21)는 14일 오전 6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 주차돼 있는 빨간색 포르셰 ‘911 카레라 S’를 보고 타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조용히 타 보고 주인이 나오기 전에 갖다 놓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이 씨는 혼자 일하는 모텔 카운터까지 비우고 1억4000여만 원짜리 고급 스포츠카를 몰래 끌고 밖으로 나섰다. 출발 전 차량 블랙박스 전원까지 끄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이 씨는 비 내리는 송파구 일대를 질주하며 햄버거까지 사먹는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이 씨가 몰던 포르셰는 오전 7시 2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도로 중간에 있는 조형물을 들이받았다. 앞 범퍼와 왼쪽 바퀴, 엔진까지 파손되는 대형 사고였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주인 행세를 하며 경찰에 신고하고 보험사 직원까지 불렀지만 결국 혼자 처리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주인 정모 씨(25)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사실을 ‘이실직고’했다.
차량 수리비는 대략 5000만 원으로 추정됐다. 차량 주인 정 씨는 모텔 측에 수리비를 요구했지만 모텔에선 “직원이 발레파킹을 하다 사고가 난 게 아니라 모텔 외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우리가 가입한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다. 정 씨는 모텔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검토 중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고를 낸 이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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