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은 증권카드 맡기자 6억 횡령… 팀장은 비밀번호 이용 15억 슬쩍…
■ 상반기만 24건… 작년 한해 건수 넘어
A 증권사 지점장 B 씨는 2011년 고객 5명이 맡긴 증권카드로 9개월 동안 23차례에 걸쳐 이들의 계좌에서 6억6500만 원의 돈을 빼돌렸다. B 씨는 이 돈을 고객들의 증권카드로 현금지급기에서 빼내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금융감독원에 덜미를 잡혔다.
C 증권사 지점의 고객지원팀장 D 씨는 지난해 고객 계좌에 들어 있는 15억6000만 원을 자신이 개설한 차명계좌로 빼돌렸다. 매매주문을 받으면서 적어둔 고객 비밀번호를 이용해 고객 계좌에 들어 있는 돈에 손을 댄 것이다. D 씨는 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금융감독 당국에 적발됐다.
올해 들어 증권사 임직원들이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금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상반기(1∼6월)에만 증권사 임직원이 개입된 금융사고 건수가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사들에 공문에 보내 이달 말까지 자체 점검 및 임직원 교육을 하라고 지시했다.
○ 급증하는 증권사 사고
22일 금감원이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증권사 제재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임직원 문책 이상의 중징계에 해당하는 증권사 제재는 24건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체 건수(21건)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2008년 17건이었던 증권사 중징계 건수는 2009년 29건으로 증가했다가 2010년 24건, 2011년 22건 등으로 계속 줄어들다 올해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제재 내용을 살펴보면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E 증권사 지점의 F 과장은 주가조작 세력의 주동자와 짜고 지점 고객 명의의 증권계좌를 몰래 개설했다. 그리고 이 고객의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직접 주식거래에 나섰다. F 과장은 심지어 이들 세력에게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알선하기도 했다.
외국계인 G 증권사의 경우 사문서 위조 혐의로 H 과장 등 임직원 10명이 문책을 받았다. 이 회사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H 과장은 계좌 입출고 단말기를 조작해 12억 원 상당의 고객 소유 주식을 다른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로 빼돌렸다. H 과장은 이 과정에서 지점장 직인을 무단으로 이용해 관련 서류를 위조하기도 했다.
○ “사고 줄여라” 기강잡기 나선 당국
이처럼 대담한 수법의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 관련 민원은 207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455건) 대비 42.7% 증가했다. 이는 전 금융권의 민원 증가율(10.1%)의 4배를 넘는 것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감독 당국은 증권사의 기강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증권업계의 금융사고가 일회성이라기보다는 증시 침체와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고 본 것이다. 올해 들어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 돈을 임의로 모아 투자하다가 100억 원대 손실을 내거나 고객 계좌에서 20억 원을 횡령해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은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은 최근 각 증권사에 이달 말까지 금융사고가 터질 여지가 없는지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임직원 대상 교육을 한 뒤 관련 내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 도장이나 통장, 증권카드 등을 임의로 보관하거나 고객의 허락 없이 주식 매매를 하는 사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증권사는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윤리의식이 낮은데도 당국의 감독은 오히려 허술하다”며 “제재 수위를 대폭 강화해 고객 보호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2013-09-23 19:01:58
정말 괘씸하네요...에휴..
2013-09-23 16:09:34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구만.. 고양이에게 생선(인감, 보안카드..)을 왜 맏기나?
2013-09-23 14:58:52
눈 뜨고 그냥 돈 뺏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