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횡령 사건 핵심 증인… 대만 현지서 위장 고소 의혹도
“최태원 회장과 관계 틀어진 사실… 공공연히 드러나길 꺼리는 탓” 분석
SK그룹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손꼽혀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국내 송환을 피하기 위해 최근 중남미 국가의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씨가 이달 중순 국내 송환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지연하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위장 고소를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대만 사법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카리브 해 연안 중남미 국가 2곳으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이민국 관계자는 “김 씨가 수십만 달러를 지급하고 해당 국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사법당국은 김 씨가 한국 송환을 피해 해당 국가로 나가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인터폴로부터 지명수배를 받고 있고 대만 당국과 한국 정부가 송환 절차를 밟고 있어 김 씨의 도피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만 현지에서 김 씨를 상대로 제기된 형사고소 역시 국내 송환을 지연시키기 위한 김 씨의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만 사법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7월 31일 대만 현지에서 체포된 직후인 8월 2일 대만 현지 사업가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약 일주일 뒤 고소가 취하됐고, 14일 두 번째 고소가 이뤄졌다.
대만 당국은 고소인 명의는 다르지만 고소 내용이 비슷해 사실상 김 씨가 스스로 고소를 기획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대만 당국은 13일 우리 정부에 김 씨의 송환 계획을 통보했고 양측이 협의해 16∼18일경 김 씨를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었으나 14일 김 씨가 피소당하자 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송환 절차를 미뤘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송환 절차에 대해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씨가 이처럼 해외 여권까지 취득하며 국내 송환을 피하려는 것은 SK그룹 횡령 사건 재판과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과의 관계가 실제로 틀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씨에게 투자한 사회 인사들의 모임인 ‘하나로회’에 수년간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김 씨가 ‘최 회장과 잘 얘기가 되고 있다’는 식으로 측근들에게 말했다”며 “김 씨가 한국으로 송환돼 자신과 최 회장의 관계가 끊어진 사실이 드러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 측은 김 씨를 형사 고소한 데 이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김 씨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SK 측은 “김 씨가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 등을 파악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사기 금액을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횡령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27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며 김 씨가 송환된다고 해도 증인으로 채택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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