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국내송환 피하려 해외국적 여권 취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SK그룹 횡령 사건 핵심 증인… 대만 현지서 위장 고소 의혹도
“최태원 회장과 관계 틀어진 사실… 공공연히 드러나길 꺼리는 탓” 분석

SK그룹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손꼽혀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국내 송환을 피하기 위해 최근 중남미 국가의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씨가 이달 중순 국내 송환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지연하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위장 고소를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대만 사법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카리브 해 연안 중남미 국가 2곳으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이민국 관계자는 “김 씨가 수십만 달러를 지급하고 해당 국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사법당국은 김 씨가 한국 송환을 피해 해당 국가로 나가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인터폴로부터 지명수배를 받고 있고 대만 당국과 한국 정부가 송환 절차를 밟고 있어 김 씨의 도피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만 현지에서 김 씨를 상대로 제기된 형사고소 역시 국내 송환을 지연시키기 위한 김 씨의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만 사법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7월 31일 대만 현지에서 체포된 직후인 8월 2일 대만 현지 사업가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약 일주일 뒤 고소가 취하됐고, 14일 두 번째 고소가 이뤄졌다.

대만 당국은 고소인 명의는 다르지만 고소 내용이 비슷해 사실상 김 씨가 스스로 고소를 기획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대만 당국은 13일 우리 정부에 김 씨의 송환 계획을 통보했고 양측이 협의해 16∼18일경 김 씨를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었으나 14일 김 씨가 피소당하자 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송환 절차를 미뤘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송환 절차에 대해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씨가 이처럼 해외 여권까지 취득하며 국내 송환을 피하려는 것은 SK그룹 횡령 사건 재판과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과의 관계가 실제로 틀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씨에게 투자한 사회 인사들의 모임인 ‘하나로회’에 수년간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김 씨가 ‘최 회장과 잘 얘기가 되고 있다’는 식으로 측근들에게 말했다”며 “김 씨가 한국으로 송환돼 자신과 최 회장의 관계가 끊어진 사실이 드러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 측은 김 씨를 형사 고소한 데 이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김 씨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SK 측은 “김 씨가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 등을 파악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사기 금액을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횡령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27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며 김 씨가 송환된다고 해도 증인으로 채택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원홍#SK그룹 횡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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