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전통밥상에 빠진 두 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항공사 승무원-유명 요리강사 서울생활 접고…

두 여인이 있다. 한 여인은 항공사 승무원 출신이고 또 다른 여인은 국내 유명 여대를 졸업한 뒤 ‘잘나가던’ 요리 강사였다. 둘은 모두 서울 생활을 접고 지금은 각각 충남 공주와 당진에서 산다. 공통점이 있다면 ‘전통 밥상’, ‘착한 밥상’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 백제의 멋과 맛을 이어 가는 도영미 씨

도영미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반가 밥상을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으로 만들고 다양한 전통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백제 옛 도읍인 충남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한국민속극연구소장인 심우성 씨(80)의 고향에 있는 민속극박물관 아래 ‘미마지(味摩之)’라는 농가 맛 집이 있다. 미마지는 백제시대 문화예술을 담당했던 사람 또는 단체를 이르는 말.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활한복 차림의 주인 도영미 씨(44)가 반겼다. 도 씨는 심 씨의 며느리.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1997년 결혼하면서 남편 고향인 이곳에 정착했다. 갓 시집 와 주눅 들어 있을 무렵 시할머니가 차려 주던 청송 심씨 집안의 밥상은 도 씨의 인생을 바꿨다. 이 밥상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정성 들여 재배한 밤과 버섯 등으로 만든 ‘로컬푸드(Local food)’. 그는 밤으로 묵을 쑤고 전병을 만들며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 버섯 등을 이용해 한 상 차림을 만들었다. 또 솔잎으로 담근 가양주(家釀酒)를 정성스럽게 담갔다.

도 씨는 “마을 사람들이 재배한 식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내놓는다”며 “농촌도 살리고 건강도 지키는 밥상”이라고 소개했다. 시간이 만들어 내는 음식이라 예약은 필수.

남편 심하용 씨가 운영하는 민속극박물관 관람과 함께 전통주 담그기, 밤묵 만들기, 한지공예 및 염색 체험 등 다양한 전통 및 농촌 체험도 할 수 있다. 041-856-5945

○ 무농약, NO MSG 고집하는 윤혜신 씨

윤혜신씨
“제철 재료를 사용하되 간단하게 조리하는 게 최고의 건강 밥상, 착한 밥상이라고 생각해요.”

개발 붐이 한창인 당진시 합덕읍 석우리. 도로에서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 아래에 이르자 갤러리 같은 2층 건물이 나온다. 착한 밥상으로 유명한 ‘미당’이다.

주인 윤혜신 씨(49) 역시 단아한 생활한복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이화여대에서 기독교학을 전공한 그는 어린 시절 시인과 화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궁중요리와 반가음식에 정통했던 시어머니에게서 음식을 배우면서 요리사 생활로 접어들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살면서 요리 솜씨가 소문나 어느새 요리 강사가 됐다. 6년간 가정 요리 교실을 운영하면서 시골 농장을 꿈꾸는 남편을 따라 2004년 ‘서울 생활’을 마감하고 연고도 없는 당진으로 내려왔다. 미국에서 유학까지 한 남편은 농장 일을, 윤 씨는 농장에서 나오는 제철 식 재료로 반찬과 밥을 파는 ‘미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윤 씨의 요리는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재료로 최소한의 양념을 한 뒤 내놓는 ‘거친 밥과 심심한 나물’이 주제.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봄에는 봄나물을, 여름에는 채소와 해산물을, 가을에는 열매와 뿌리식물, 겨울에는 말린 나물로 찬을 만든다.

윤 씨는 “정성스럽게 농산물을 키우고 밥 짓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경건한 노동”이라고 말했다. 041-362-1500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도영미#미마지#윤혜신#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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